국제유가가 91년 걸프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곧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은 그리 우려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고 유가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나 경제성장률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거의 없다.과거 73년과 79-80년의 제1·2차 오일쇼크때와는 딴 판이다. 유가상승폭이 적기때문은 아닌 것같다. 당시 유가는 전년보다 3-4배 올랐고 올해도 상승폭은 이미 3배에 육박한다. 지난해 12월 배럴당 10달러선 아래까지 떨어졌던 유가는 지난주 배럴당 27달러선을 돌파했다. 1·2차 오일쇼크때는 유가급등에 따른 제품가격의 앙등이 구매력 저하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마저 떨어져 결국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도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내놓지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몇년간 유가하락으로 수입을 줄여왔던 중동 산유국이 오일달러로 세계시장 쇼핑에 나설 경우 교역증대와 경기활성화까지 기대된다는 낙관적인 분석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미 에너지부는 특히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2차 오일쇼크 직후인 81년의 수입원유가가 배럴당 64.69달러에 이른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금의 물가수준으로 오일쇼크를 맞으려면 유가가 배럴당 65달러가 돼야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에너지 소비가 적은 신기술의 발달과 컴퓨터 사용 등으로 석유의존도가 크게 떨어진 것도 오일쇼크 우려를 잠재우는 한 요인이다. 또한 유가급등이 그리 오래 가지않으리라는 전망도 한몫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석유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 6개월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에 달하겠지만 이를 고비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