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의혹사건 특별검사팀이 세번째 청구한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특검팀은 정씨가 반드시 구속돼야 옷로비 의혹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그가 사건 핵심관련자인 만큼 구속한 뒤 집중 조사하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코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그러나 한 사람에게, 같은 혐의로 세번이나 영장을 청구한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않된다. 영장이 청구되면 구치소와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가 영장이 기각되면 풀려나는, 「재방송」같은 장면은 볼썽 사납다 못해 측은함까지 느끼게 했다. 누구라도 인권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을 할 만한 장면이다.
물론 정씨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건 장본인중 한명이다. 그렇다고해서 정씨가 법원 판단이 이미 내려진 혐의로 3번째 영장이 청구돼 유치장에 갇혔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2차례 영장이 기각됐을 때 『법원의 판단을 다 구해본 것은 아니다』는 특검팀의 태도에서는 특검팀의 오기마저 느껴졌다.
특검팀의 수사의지가 강하고 수사열기가 뜨겁다 해도 그 도(度)가 지나쳐서 인권마저 침해돼서는 곤란하다. 특검팀은 「동일인 3차례 영장청구」라는 이례적인 시도외에도 얼마든지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수사상 권한과 책임을 갖고있다. 법원에 정씨를 불구속 기소, 변호인과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쳐가며 유죄판결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도 남아있다. 특검제법의 허점때문에 많은 제약을 안고있는 특검팀이지만, 오히려 그럴 수록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황상진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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