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팀이 29일 정일순씨 등 사건 관련자에 대한 불기소의사를 비친 것은 특검수사의 현실을 고려한 절충안의 성격이 짙다. 옷로비의 실체에 대해 특검이 파악한 사실을 발표하되 실제 기소는 일반 검찰에 넘기겠다는 것이다.양인석 특검보는 이와관련 『특검법상 기소내용은 향후 재판이 끝난 뒤에야 공표할 수 있어 특검이 기소를 고집하면 다음달로 예정된 수사결과발표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명분론의 이면에는 특검수사의 현실적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28일 정일순씨에 대한 법원의 영장기각 후 특검팀은 『사건수사에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여유를 보였지만, 특검팀이 입은 내상(內傷)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간이 보름여 밖에 남지않은 시점에서 더이상 정씨를 축으로 사건의 전모를 밝힐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특검팀이 특검법상의 수사제한 조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법은 특검의 직무범위를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회장의 선처를 청탁하기 위해 당시 검찰총장 부인인 연정희씨에게 의류를 제공했다는 의혹사건에 직접 관련된 내용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법조항에 근거, 법원은 정씨의 영장에서 위증부분은 특검 수사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특검팀은 법원의 해석에 대해 『위증부분이 수사대상이 안된다면 수사는 하나마나』라며 위증혐의에 강하게 집착해왔다. 전례가 없는 세차례의 영장청구도 위증이 특검의 수사대상이라는 판단을 받아보려는 특검팀의 의지였다. 그러나 법원이 28일 특검의 마지막 시도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향후 관련자들을 기소할 법적근거가 상실되었고, 재판 진행조차 불투명한 마당에 굳이 특검이 기소라는 수순을 밟아야하나라는 고민이 생긴 것이다.
특검의 현실적 한계에 대한 고민은 사직동팀 보고서에 대한 입장에서도 드러났다. 양특검보는 배정숙씨와 박시언씨의 문건 공개 후에 『의혹해소 차원에서 문건출처와 전달경위에 대해 확인작업은 하겠지만 국가기관에 대한 직접수사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수사대상이 아님을 시사한 바 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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