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9일 오전 마닐라 시내 리잘공원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을 시작으로 필리핀 국빈방문 공식일정을 시작했다.○…김대통령은 마카파칼 필리핀부통령과 시아손 외무장관 등의 영접을 받으며 리잘공원에 도착, 환영식에 참석한 뒤 필리핀의 국부로 추앙받는 리잘 기념비에 헌화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교민 100여명이 공원에 나와 『김대중』을 연호했고, 김대통령은 손을 흔들어 답했다.
김대통령은 곧바로 말라카냥궁으로 자리를 옮겨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대통령과 한시간동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대통령은 수교 50주년을 맞은 양국이 각 분야에서 긴밀한 우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온데 만족을 표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양국간 실질협력 관계를 더 한층 심화, 확대시키자』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필리핀이 한국의 5번째 수교국이고, 한국전 당시 7,400여명을 파병해 이 중 112명이 전사한 전통적 우호국가임을 상기시켰다.
이에 에스트라다대통령도 『반세기에 걸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고 동의하면서 『6월 방한당시 김대통령이 따뜻하게 맞아줘 고마웠다』고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양국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이희호(李姬鎬)여사는 루이사 필리핀 대통령부인과 만나 영국의 NGO(비정부기구)활동 활성화와 다방면에 걸친 두 나라의 우호관계 증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숙소인 마닐라호텔에서 알베르토 페닉스 상공회의소장 등 필리핀 경제 4단체장이 초청한 오찬에 참석했다.
김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의 필리핀 수출물량 대부분은 필리핀에 진출해 있는 우리 제조업체들이 수입하는 원자재이며, 이들 원자재는 필리핀에서 가공돼 제3국에 수출되고 있다』며 양국 경제의 상호보완성을 지적한 뒤 『양국 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두 나라 기업인들이 전략적 제휴관계를 더욱 진지하게 논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한국 농업기술의 필피핀 이전, 관광산업의 교류, 사회간접시설 건설과 CDMA 통신기술 분야에서의 협조 등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필리핀의 유력지들은 이날 김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맞춰 김대통령의 정치역정과 한국의 변화 등을 다룬 특집기사들을 일제히 게재했다.
필리핀 최대 영자지인 마닐라 불리틴지는 「새로운 세기로 한국을 이끌고 있는 김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하에서 놀랄만한 변화를 이룩한 한국은 더욱 진보적이고 견실한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며 『40여년간의 박해와 고초 속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추구해온 김대통령의 진지한 노력 덕택에 한국은 새로운 희망과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필리핀 스타지는 김대통령의 서면회견기사를 1면에 특집으로 보도하고 「민주주의 와 경제발전 병행추진」이라는 별도 기사를 통해 『한국민들은 경제개혁과 시장개방이라는 쓴 약을 수용해내고 있으며, 그 결과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눈부시게 변화하는 국가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했다.
/마닐라=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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