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의혹 사건 특별검사제가 결국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이 딜레마는 수사를 담당한 최병모 특검팀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참담한 심경으로 옷 로비의혹 사건의 진행과정을 지켜 본 국민 모두의 딜레마이기도 하다.국민들은 지금 추가로 드러나는 의혹들을 검찰수사에 맡겨야 할 것인가. 아니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특검팀에 계속 맡겨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곤혹스러움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을 맞게 된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특검법은 적당하게 진상을 규명하는 선에서 매듭을 지으려 했던 여야간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어떻게 의혹이 계속 터져나오는데도 60일 이내 수사를 끝내야 하고, 의혹 부분에만 한정해야 하는가.
이런 상황에 한나라당이 특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시류의 흐름을 등에 업고 뒤늦게 특검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 차체를 국민들이 그렇게 대견하게 보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러나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고 본다.
정치권으로 하여금 특검법 개정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심도이쓴ㄴ 논의를 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적효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 자체를 얄팍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만 해서도 안될 것이다.
여권은 오히려 정면승부를 택하는 편이 더 낳을지도 모른다. 특검법 개정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할 이유는 국민들이 검찰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수사 기법상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당초 발표한 수사 결과와 지금의 특검이 밝혀내는 실체적 진실에 차이가 있는가 없는가는 명백하다.
많은 사람들은 국회청문회의 장면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신앙을 내세운 증인들의 거짓말 경쟁과 한술 더떠 그 거짓 증언이 나오도록 증인에게 유도질문을 하면서 득의만만해 하던 의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특검법 개정이 법리적 측면에서 온당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법이 국민의 정서에 따라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물론 옳다. 그러나 개정안의 제출을 계기로 정치권이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도 각종 의혹에 지친 국민들을 위무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본다.
비록 법개정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정치권은 이런 자세는 최소한 검찰수사에 대한 압력의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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