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의 가장 큰 특징은 각각의 의제들을 놓고 개발도상국 대 선진국, 미국 대 유럽연합(EU) 등이 서로 첨예하게 맞서있다는 점이다. 회담 시작전부터 WTO 반대시위가 벌어지는가 하면 참가국들끼리도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언론들은 회담을 하루 앞둔 29일 『회담은 아직 시작하지않았지만 「시애틀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쓰고 있다.■쟁점별 이해상충
선진국-개도국의 입장차이는 이번 회담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개도국은 지금까지의 세계화 과정이 지나치게 선진국 위주로 이루어져왔으며 특히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불공정 무역질서가 심화돼왔다면서 선진국에 대한 시장개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최근 값싼 노동력을 주무기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를 겨냥, 엄격한 근로 및 환경 기준을 마련할 생각이다. 이에대해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이날 인도 PTI통신과의 회견에서 『시애틀 회담에서 환경과 근로여건문제가 논의돼서는 안된다』며 『인도는 이번 협상에서 개도국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AFL-CIO)와 유럽의 환경단체들은 이번 회의 기간중 근로여건과 환경여건을 개선하라는 주장과 함께 대규모 시위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인터넷과 정보통신, 금융분야등 서비스분야의 경우도 미국 등 선진국은 모든 분야에 대한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개도국은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입장이다.
농산물 분야에서는 대립주체가 또 달라져 미국은 전면 개방 압력을 계속 넣고 있는데 비해 아시아와 유럽국가들은 점진적 개방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미국은 EU의 농산물 보조금이 WTO 규정에 위배된다며 즉각 중단을 요구, 의견을 좁히지못하고 있다.
■활발한 NGO활동
이번 회담에서는 전세계의 비정부기구(NGO)들이 정부·기업의 독주를 막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뉴라운드가 일반 시민 및 소비자와는 유리된 정부·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며 각종 시위와 포럼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반영시키려 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번 회담에 참가신청을 낸 NGO의 수는 무려 700개를 넘어섰다.
환경분야에서는 세계 400여개 환경단체들이 이번 뉴라운드가 추구하는 관세장벽 철폐가 궁극적으로 환경파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맹렬한 저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농업분야의 경우 유럽과 미국의 농민이 파리·제네바·시애틀 등지에서 연일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WTO가 여성차별을 철폐하려는 노력을 소홀히하고 있다면서 목청을 높이고 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시애틀=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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