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요즘 공식 대국에서는 대부분 초읽기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초읽기란 각자 제한시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 어느 한 쪽이 제한시간을 모두 소비하더라도 다음 수를 일정 시간 내에 착수하면 시간 소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대국을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편의를 보아주는 제도이다.즉 각자 「제한시간 3시간에 1분 초읽기 1회」라면 대국자가 자기에게 주어진 3시간을 모두 소비하면 그때부터 초읽기에 들어 가서 매 착수마다 1분을 초과하면 곧바로 시간패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대국자가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들어 가면 계시원이 초시계를 보고 있다가 50초가 지나면 대국자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 『하나 둘 셋…』하고 1초에 하나 씩 초를 읽어 주도록 되어 있다. 『열』소리가 떨어질 때까지 착수를 않으면 가차없이 시간패를 당하므로 흔히들 계시원의 초읽는 소리를 저승사자의 목소리로 비유하기도 한다.
초읽기를 당하는 괴로움은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어서 평소 초읽기에 단련된 프로들도 종종 당황해서 실수를 저지르기 일쑤고, 심지어 팻감을 안쓰고 패를 되때리거나 단수를 당하고도 잇지 않는등 뜻밖의 해프닝이 벌어져 다 이겼던 바둑을 어이 없이 역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계시원의 초읽기가 시계처럼 정확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규정이 대국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한국기원 연구생들인 계시원들은 정작 초읽기에 들어가면 『50초, 하나 두울 세엣 네에엣 다아서엇 여어서엇…』등으로 갈수록 초읽는 속도가 느려진다. 그러다 보면 열까지 세는 것이 10초가 아니라 20초를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늘같은 대선배」들이 초읽기에 몰려 괴로워 하는 모습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서 약간의 「인정」을 베푸는 것이겠지만 이것은 엄연히 규정 위반이다. 더욱이 한 쪽에는 편의제공이 될 지 모르지만 반대로 다른 한편에게는 매우 불공평한 처사이다. 이에 대해 상대방 대국자는 내심 불만을 가지면서도 「좀스럽게」 그런 것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뭣하고 또 반대로 자기가 초읽기
에 몰릴 수도 있으므로 우물우물 넘어가는 것이 현실. 하지만 공식 대국에서 초읽기에 불만을 가지고 계시원의 교체를 요구했던 사례도 있을 정도로 초읽기에 관련된 잡음은 적지 않다. 실제로 김수영 7단같은 이는 오래 전부터 초읽기를 사람이 하지 말고 아예 기계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미 외국에서는 초읽기 기능이 부착된 초시계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으므로 기술적으로도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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