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천재시인 이상(1910-38)이 딱 한 편의 동화를 썼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않다. 「황소와 도깨비」. 이상이 세상을 떠나기 불과 40여일 전인 1937년 3월5일부터 9일까지 신문(「매일신보」)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이 귀한 동화가 다림출판에서 처음 나왔다.줄거리는 간단하다. 나무장수 돌쇠가 다친 새끼 도깨비를 구해주고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짧고 단순하지만 짜임새가 아주 탄탄해 이상의 글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걸작이다.
돌쇠는 황소 등에 나뭇단을 싣고 팔러 다니는 나무장수. 어느날 장에서 돌아오는데 동네 사냥개에 꼬리를 물려 다 죽게 된 새끼 도깨비 산오뚝이가 나타나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황소 뱃속에 들어가 두달만 있으면 말끔히 나을 거라며. 황소는 전재산인데, 어떡하지? 고민하던 돌쇠는 소원을 들어준다. 그런데, 두달이 지나도 산오뚝이가 황소 뱃속에서 못나온다.
너무 살이 쪄서 황소 목구멍으로 나올 수 없게 된 거다. 황소 배는 점점 불러서 터질 것처럼 되고, 돌쇠는 애간장이 타고. 그러다가 황소가 하품 하는 새에 산오뚝이가 튀어나온다. 은혜를 갚겠다며 황소의 힘을 백배나 세게 해준다. 힘센 황소 덕분에 돌쇠는 나무를 많이 팔아 부자가 되고.
도깨비 화가로 알려진 한병호씨의 정성스런 그림이 이상의 글을 더욱 빛내고 있다. 그런데 도깨비가 어떻게 생겼지? 이상은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녀석은 사람인지 원숭인지 분간할 수 없는 얼굴에 기름진 팔 다리를 가졌고 까뭇까뭇한 살결과 우뚝 솟은 귀에 작은 꼬리까지 달려서 고양이 같기도 하고, 개 같기도 했습니다』. 뿔 달린 도깨비는 우리나라 도깨비가 아니고 일본 도깨비 「오니」라는 설과 상통하는 내용이다. 한병호씨가 그려낸 산오뚝이는 귀엽고 예쁘장하다. 8,000원.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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