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성지동 국립진주박물관에 들어서면 콧 날이 찡해진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선조들의 코를 잘라 간 것을 보여주는 「코 인수증」 앞에 서면 쌓인 울분이 울컥 치솟아 오르기 때문이다.국립진주박물관은 84년 11월 가야문화 위주의 유물 등을 전시하는 국내 7번째 박물관으로 개관한 이후 지난해 1월 국내 유일의 역사박물관인 「임진왜란전문박물관」으로 재편됐다.
5만1,000여평 부지의 진주성내 4,800여평 뜨락에 자리한 지하 1층, 지상 2층연건평 1,500평 규모의 이 박물관에는 4,000여점의 임진왜란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측이 일본 나고야(名古屋)박물관으로 부터 임대해 1층 전시실에 전시한 「울산성전투도병풍」에는 성에 고립된 왜병들이 인육(人肉)을 먹는 모습과 이를 위해 사람의 목을 치는 장면등이 생생히 담겨있고 조선과 명나라 군사의 코 3,367개를 베간 사실을 인정하는 자료 등도 함께 전시돼 있다.
2층 전시실에 전시된 당시의 장군 갑옷 등 각종 군사관련 자료는 다른 박물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중한 것이다. 또 유럽선교사가 본 바다에 관한 기록에는 조선인이 기술과 장비면에서 일본인 보다 우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당시 우리의 선진 해양기술을 알려준다.
이내옥(李乃沃)박물관장은 『보관중인 자료들 가운데에는 아직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귀중한 것들이 많다』며 『임란사 연구와 한·일 역사 재조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주=정창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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