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의 세계무역협상을 출범시키기로 예견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제3차 각료회의가 미국 시애틀에서 30일부터 개최된다.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WTO 회원국들은 일년 이상 제네바에서의 준비과정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의제·방법·시기 등에 대한 이견과 대립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의 지침서가 될 각료 선언문의 단일 초안 작성에 실패했다.나흘간의 회의기간 중에 참석 각료들은 환경·노동·개발 소비자 이익을 대변하는 많은 민간기구(NGO)들의 반 WTO 시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뉴라운드를 출범시킬 각료 선언문에 합의를 직접 도출해야하는 무거운 부담을 지게 되었다.
그 준비과정에서 나타난 회원국 사이의 심한 대립 양상과 타협정신의 부재등을 감안할 때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출범이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은 각료회의의 주최국으로 이 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며 또한 참석 각료들은 이제 「협상 타결 실패」라는 벼랑에 서서 그 실패가 보호주의의 강화나 세계 증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여 합의 도출을 위해 융통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시애틀 각료회의에서는 어떤 형태이건 뉴라운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 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협상시한을 3년으로 하고 최소한으로 농산물 서비스 공산품의 추가 자유화를 의제로 한 뉴라운드가 내년부터 개시될 전망이다.
국내 일부에서는 뉴라운드가 우리에게 부담이 되는 농산물이, 합의된 의제로서 포함되어 있고 뉴라운드를 통한 무역자유화는 환경 노동권을 파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 부담을 주는 측면을 협상을 통해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난 40년 동안 GATT/WTO로 대표되는 다자간 무역체제 속에서 우리가 무역을 통해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성장한 다자간 무역체제의 큰 수혜국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동안 세계적으로는 많은 국제기구에서 무역과 환경, 무역과 노동기준의 관계에 대해 많은 토의와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아직까지는 무역자유화가 환경보호나 핵심 노동기준의 준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도출된 바 없으며 오히려 무역자유화를 통한 경제발전이 환경보호와 핵심 노동기준의 준수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환경보호의 정책과제는 무역의 제한을 통해서가 아니라 환경보호협정(MEA)을 통해서, 핵심 노동기준의 향상은 보호주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의 활동을 통해서 추진하는 것이 제일 효율적이라는 사실이다.
시애틀 각료회의가 현재 회원국간의 의견대립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지만 뉴라운드는 어떤 형태로던 출범될 것으로 보인다.
뉴라운드는 보호무역을 억제함으로서 우리 경제를 외환금융위기로부터 완전히 탈출시키는 촉진제가 될 것이며 세계무역을 활성화하고 세계무역체제의 안정성, 그리고 예측 가능성을 보다 높혀 줌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무역에 의존이 불가피한 우리 경제가 21세기초에 안정적인 발전을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리 농업의 특수성이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있게 설명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유사한 입장을 가진 회원국들과 공조체제를 유지하여 우리 여건에 맞게 개방의 속도와 폭을 조절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농업 분야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뉴라운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김철수·세종대 교수·전 세계무역기구(WTO)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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