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총대를 멨다』29일 정치권의 한 인사는 한나라당이 현행 국회의원 정수 299명을 유지키로 당론을 확정짓자 이렇게 촌평했다.
정치권은 IMF 체제하에서 각 분야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선뜻 의원 정수를 10%정도 줄이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막상 제살을 깎아내는 문제가 당면하자 입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야 공히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도 물갈이가 불가피한 상황이고 여기에 상당폭으로 의원정수까지 줄인다면 엄청난 내부 반발에 직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행정부 견제 차원에서 의원수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의원수 감축이 정치개혁의 본질도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미 여야총무들간에는 이심전심으로 현행 의원정수를 유지하는 쪽으로 교감이 이뤄진 상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의원수 감축을 백지화하자고 말을 꺼내는 순간 여론의 비난화살에 노출될 것이 분명해 여야는 그동안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용감하게」 의원수 현행유지를 당안으로 들고 나왔으니 총대를 멨다는 평이 틀린 게 아니다. 그러나 백지화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한 만큼 정치권이 현행 정수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같다. 농어촌의 인구감소에 따른 선거구 자연감소를 의원정수에 반영하는 선에서 여야가 최종 답안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의원정수 감축폭은 10석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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