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중목욕탕에서 아줌마들이 벌거벗은 채 죽자고 싸우던 놀라운 광경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처음 느낀 「한국 아줌마는 무섭다」는 느낌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안 더욱 커졌다. 그리고 한국어를 거의 알아듣는 지금 더 강하게 「한국여자가 무섭다」고 느끼고 있다』촌스럽고 염치 없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의 아줌마들을 무섭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 살았거나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다. 나라를 벌집 쑤셔놓은 듯이 만들고 있는 「옷로비 사건」을 봐라. 신분의 상하나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거짓말 잘 하고, 자신의 깨끗함을 주장하기 위해 예수님, 하나님 아무렇지 않게 갖다 붙인다.
그래도 시원찮으면 남들 다 보는 앞에서 독기어린 눈을 부라리고, 소리 지르거나 울고, 책상아 부서져라고 내려친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란 모임이 결성돼 아줌마들의 사회·가정적 활동과 임무를 주장한다.
79년 한일학생 교류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한국의 역사와 한일관계에 관심 가졌고, 한국 남자와 결혼해 15년째 한국서 살고 있는 일본 여성 도다 이쿠코(戶田 郁子)씨. 「일본여자가 쓴 한국여자 비판」은 그녀가 오랫동안 한국에 살면서 한국여성을 보고 느낀 점, 주로 만난 주한 일본인들을 통해서 들었던 평가를 주제별로 정리한 책이다. 한국인들은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끼고 지나가지만 이 책의 지적대로 돌이켜보면 문제 있고, 고쳐야 할 점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도다씨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170명과 다른 외국인 31명에게 「한국여성의 이미지」를 물었다. 『한 여대에서 나오는 여성들을 보았을 때 모두 매춘부인가 하고 생각했다』 지나친 듯 하지만 한국을 여행하던 40세 미국 남자의 말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여성의 이미지」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화장이 너무 짙다」다. 「화장」이 아니라 「변장」이다. 그녀는 물론 이런 것도 문화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여자가 지나치게 외모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그만큼 여자가 다른 능력으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은 기가 대단히 세다, 2세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다, 친구를 소중히 하지만 너무 쉽게 사귀고 저버린다, 성형미인이다, 경쟁의식이 강하다, 몰개성적이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여자 대학원생들의 관심사는 토플성적과 배우자 고르는 것이고, 한국의 직장여성들은 여성들끼리 경쟁하기 바쁜 사람들이다. 아줌마들에 대한 지적은 셀 수도 없다. 목욕탕 등 공중장소에서 무례한 사람들은 대개가 아줌마들이고, 사람 드세기가 남자들 저리가라다. 오죽하면 『자동차 사고를 내려면 아줌마가 운전하는 차는 절대 피하라』고 할까.
그의 지적이 구구절절 옳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일관계를 다룬 책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선정성에 바탕하고, 두 나라 사람들의 묘한 감정을 자극하는 상업 수완으로 성공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도 이런 혐의를 완전히 벗기는 어려울 듯 하다. 하지만 마치 미국에서 성공한 흑인들의 분명한 잘못을 내놓고 비판하는데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봉건시대에 핍박받은 한국여성들의 결점을 지적하는 것 역시 한국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도다씨의 문제의식은 공감할 수 있다. 소외계층에서 주류로 성장한 아줌마 집단 그리고 한국 여성. 그들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도 이제 필요하지 않을까? 좀더 멋있게 반란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여자가 쓴 한국여자 비판
도다 이쿠코 등 지음
현대문학 발행, 7,500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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