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와 필리핀 방문에서 민주주의를 세일즈하는 「인권외교」를 펼쳤다는 게 현지 외교가의 평가다. 「아세안+3」 정상회의나 한·필리핀 정상회담은 경제문제를 주제로 했지만 김대통령은 아세안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의 인권외교는 자신의 신념을 확산시키겠다는 차원을 넘어 한국의 위상을 인권국가, 민주국가의 실천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적 고려를 바탕에 깔고 있다.김대통령은 28일 저녁 예정에 없던 탄 쉐 미얀마 총리와 회담을 갖고 『국제사회는 미얀마 민주화를 촉구하고 있다』며 『아웅산 수지여사와 대화하고 모든 정치세력을 정치에 참여시키라』고 촉구했다. 27일의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도 김대통령은 한국의 투자를 요청하는 훈 센 총리에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정치안정을 이루면 투자여건이 좋아질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민주화의 진전을 요구했다.
이와는 달리 민주화가 진전된 국가 정상들과의 만남에서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29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필리핀 양국의 예를 보면 민주주의가 잘돼야 경제도 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일부의 「아시아 민주주의 회의론」을 반박했다. 27일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정권교체가 동아시아 질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정상들도 김대통령의 민주화투쟁 경력을 익히 알고 있어 김대통령의 「훈수」를 경청했다. 현지 언론들도 김대통령의 인권외교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드러난 성과는 동아시아의 경제협력 강화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인권외교를 통한 한국의 위상 제고도 의미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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