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는 김지영(31·홍보대행사 근무)씨는 네살배기 외동딸 재영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출근할 때마다 『할머니 말고 엄마랑 있고 싶어』라며 칭얼대면 과연 이렇게까지 하면서 직장을 다녀야하는가 회의가 드는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래서는 안돼는데…』하면서도 재영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육아 문제는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 흔히 맞벌이 가정의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정서결핍증에 걸리고 성격이 나빠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된다고 알려져 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마음가짐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벌이 여부가 아니라 자녀에 대한 마음가짐과 양육태도라고 한다. 신철희 원광아동상담센터 부소장은 『맞벌이 가정의 아이는 스스로 앞가림하는 법을 배우게 돼 자립심과 독립심이 키워지고 보육시설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게 돼 사회성 발달이 빨라지며 집안 일을 함께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성역할에 유연한 생각을 갖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전업 주부들이 오히려 지나친 관심으로 아이를 소심하고 나약하게 키우는 사례를 드물지 않게 접하게 된다는 것.
■아이가 부모의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하라
하정훈 소아과의 하정훈 원장은 『맞벌이 가정 아이가 어떻게 자라느냐는 부모하기 나름』이라면서 『어머니가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성취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녀는 차츰 어머니를 이해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괜히 죄지은 기분에 사로잡혀 선물을 과도하게 주는 등 분별없이 요구를 들어주면 아이는 『엄마가 나에게 뭔가 잘못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삐뚤어지게 생각할 위험이 있다는 것.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출근할 때 『엄마는 지금 일하러 나가는 데 몇시까지 돌아올께』라고 주지시키고 아이보는 앞에서 당당히 나서도록 한다. 아이가 우는 것이 걱정 돼 몰래 빠져나가면 아이는 온종일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감에 빠지기 쉽다. 아이를 한번쯤 직장에 데려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가 엄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와 가능한 대화를 많이 한다
신철희 부소장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퇴근후 집에 돌아와 그냥 묵묵히 설거지만 하지말고 『오늘은 뭘 했어요?』하는 식으로 아이와 대화하면 맞벌이 자녀에게 자주 나타나는 언어습득 지체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짬짬이 쪽지·편지를 남기거나 전화해주면 아이는 함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아빠도 육아에 적극 참여한다
맞벌이 가정의 육아에 남편 도움은 필수. 이는 시간부족으로 쩔쩔매는 맞벌이 아내를 돕는다는 현실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집안일을 함께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평등가정의 의미를 깨우친다는 교육적 의미가 있다. 잠재우기, 목욕시키기, 산책하기 등 아버지가 해야할 일을 미리 정해놓으면 효과적이다.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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