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필피핀 방문 이틀째인 28일 오전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잇따라 가진 뒤 오후에는 곧바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한·중·일 3국 정상회담 마닐라 코코넛궁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3국 정상회동은 시종 격의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오전 9시(이하 현지시간)부터 한시간동안 조찬을 겸해 진행된 회동에서 김대통령은 『우리가 얘기만 하고 끝낼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3국이 협력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착수하자』고 제안, 3국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연구에 대한 합의를 끌어냈다고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서두에 3국이 한자를 함께 쓰는 공동문화권임을 강조, 공감을 얻어낸 뒤 주룽지(朱鎔基)중국총리에게 『그런데 중국이 요즘 하도 간자를 많이 써 이해하기 어렵다』고 조크를 해 폭소를 자아냈다.
한편 주총리가 『한국과 일본이 모두 나를 초청했는데 어디부터 가야하는지 일자를 두 분이 조정해달라』고 말하자, 김대통령이 『가까운 곳(한국)부터 와야하지 않겠느냐』고 받아 또다시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김대통령이 이어 『3국 경제협력이 잘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이 모임은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강조하자,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는 『앞으로 이같은 협력을 계속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한일 정상회담 이어 김대통령과 오부치 일본총리는 10시20분부터 웨스틴 플라자호텔에서 회담에 들어가 30여분간 「이견없는 합의」들을 도출해냈다. 김대통령은 특히 양국의 「파트너십」을 강조, 한국의 기술과 일본의 자본 제휴를 통한 동남아 등 제3국 시장 진출 및 일본 첨단산업의 한국내 유치를 위한 세제·금융 혜택 및 전용공단 지정 등을 제안, 동의를 얻어냈다.
27일 일정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도착 첫날인 27일 훈센 캄보디아총리, 와히드 인도네시아총리와 연쇄 정상회담을 가진 뒤 저녁에는 주 중국총리, 오부치 일본총리 및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함께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상견례를 겸한 비공식 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김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아체주 독립 문제와 관련, 『아체주는 동티모르와 달리 역사적·현실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영토』라고 인도네시아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 호응을 얻었다.
/마닐라=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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