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여러 유아 프로그램에 사이버 캐릭터 「꽁실이」가 나온다. 어린이들은 재미있게 말하는 꽁실이를 보며 웃는다. 그중에는 손수아(6)양도 있다. 꽁실이의 실제 모델이 엄마라는 사실도 모른 채. 수아의 엄마, 이경실(34)은 뛰어난 연기력과 즉흥대사(애드립) 구사력을 모두 갖춘 몇 안되는 코미디언 중 한 사람이다. 몇년째 최고 인기를 누리는 아줌마 개그우먼.그녀는 본업은 개그지만 드라마, 코미디, 교양 프로그램, 광고 등에서 전방위로 활동하는 맹렬 미시족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인기가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를 25일 MBC 「점프」 촬영장에서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장면을 찍기 위해 그녀는 네 시간을 투자, 미장원 가서 머리하고 화장을 했다. 철저한 준비다. 『제가 얼굴이 남처럼 예쁘기를 해요? 젊기를 해요? 시청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
그녀가 유발하는 웃음은 솔직하고 강렬하다. 그리고 카멜레온처럼 끊임없이 변하며 창출하는 캐릭터에서 나오는 새로움이다. 무명시절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에 나와 잘못을 저지른 장면을 연기한 뒤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를 외쳤다. 사람들은 그 장면에 속시원해하며 웃었다. 하지만 방송사 사장은 그말이 싫었던지 한동안 이경실은 이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다.
MBC 「웃으면 복이와요」 에서 『쌀집 아저씨!』를 외치며 종횡무진하는 도룩묵 여사,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노처녀 교수, 「오늘은 좋은날」 에서 『똑 사세요!』 를 외치는 떡장사로 줄기차게 변신을 꾀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녀가 데뷔 13년째를 맞지만 늘 새롭게 본다.
일상에서도 그녀는 솔직담백하다. 『상금이 탐났어요』 동국대 연극영화과 4학년 재학중 87년 MBC 개그맨 공채 1기로 데뷔한 동기. 『추억거리도 만들고 돈도 탐이나 시험 본 거지요』 4년간의 무명생활을 거치며 확실한 직업관을 갖게됐다. 『연예인이라는 고정관념보다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개그」 라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임신한 여자도 일할 수 있고 인기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KBS 「체험, 삶의 현장」 진행자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때가 임신 5개월. 애낳기 며칠 전 MC 자리를 내놓고 출산 후 바로 복귀했다.
개그맨은 매번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그래서 주목받는 배역을 맡는 것보다 시청자들을 자연스럽게 웃길 수 있는 연기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그녀는 수많은 시청자를 웃기지만 정작 그녀를 웃기는 사람은 바로 8년 연애 끝에 결혼한 남편 손광기(34)씨. 대부분 코미디언이 그렇듯 그녀도 집에 가면 말한마디 않는 스타일. 지쳐서 돌아오는 아내를 손씨가 유머와 재치있는 행동으로 웃긴다. 「이경실의 남편」 으로서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손씨에게 그녀는 두둑한 용돈(?)을 안긴다. 『남편과 가족의 사랑이 있기에 제가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해요. 시청자는 저를 버릴 수 있지만 남편은 힘들 때도 저를 지켜주거든요』 「점프」의 녹화가 끝나면 남편과 두 아이와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 내가 본 이경실
연기력과 대사 전달력을 두루 갖춘 교타자 같은 개그우먼이다. 이 때문에 버라이어티쇼 등 복합 장르의 프로그램에 매우 강할 뿐 아니라 진행자로서도 수명이 길다. 그녀와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한번도 연습시간이나 녹화시간에 지각한 적이 없다. 행사 참가나 부업을 전혀 하지 않고 프로그램에 전념하는 프로 근성이 있는 연기자다.
웃음을 자아내는 연기가 강렬하지만 섬세하고 부드러운 연기로 웃기는 것이 좀 부족한 게 흠이다. 웃음의 강약 조절 능력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주요 출연 프로그램
90년 「일요일 일요일 밤에」 「청춘 행진곡」(MBC)
91년 「태평천하」(MBC)
93년 「코미디 세상만사」 「웃으면 복이와요」(MBC)
94년 「체험삶의 현장」(KBS·현재 출연중)
96년 「토요일 전원출발」(KBS) 「폭소 발명왕」(MBC)
97년 「남자셋 여자셋」(MBC)
98년 「오늘은 좋은날」(MBC)
99년 「점프」(MBC) 「진실게임」(SBS)
MBC 코미디부문 신인상(90년) MBC 코미디부문 최우수상(93·94·95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코미디연기상(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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