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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포커스] "개방임용? 할테면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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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포커스] "개방임용? 할테면 해봐"

입력
1999.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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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 각 정부부처 정기인사의 폭은 유례없이 커질 것같다.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모부처 K국장(2급)은『3급이상 보직에 대한 인사요인을 올해안에 모두 해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당분간 국·실장급 인사가 필요없도록 인사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처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고위공직의 20%를 외부 전문가와의 공개경쟁을 통해 채용토록한 개방형임용제에 대비, 미리 방어수단을 마련키 위한 것이다.

중앙인사위와 행정자치부가 최근 마련한「개방형 직위 운영에 관한 규정」시안은 내년부터 3급이상 공직자에 대한 인사요인이 발생할 경우, 개방형으로 선정된 직위를 우선 임용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안 제3조는「소속장관은 개방형 직위에 임용돼 있는 공무원의 직급, 또는 상위직급에 결원이 생길 경우 해당 직위를 지체없이 임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인사위가 15일 개방 대상 직위 129자리를 전격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관료사회는『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으면 해봐라』며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문호개방이 현실로 다가오자 관료들은 익숙한 솜씨로 조금씩 벽을 쌓아가고 있다. 인사를 미리 해치우는 것은 관료조직이 시작한 「소리없는 전쟁」의 서막에 불과하다.

모부처 L국장은『외부사람이 오는 것을 막기위한 방법을 짜내는 데 온 부처의 관심이 모아져 있다』면서『개방형 직위에 대한 공모가 시작되면 그 부처의 가장 경쟁력있는 인물을 내세워 외부사람을 물리치자는 아이디어가 그중 하나』라고 전했다. 중앙인사위측의 각오도 단단하다. 한 관계자는『외부공모를 늦추기 위해 인사를 미리 단행할 것쯤은 미리 예상했다』면서『어차피 개방이 본격화하는 것은 내년 하반기부터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산업자원부의 경우 2000년6월까지 3급이상 간부 정원에서 6명이 초과하게 된다』면서『그때가 되면 부처마다 새바람이 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현격한 시각차는「전문성을 갖춘 21세기형 공직자」를 배출하기 위한 이 제도가 앞으로 수많은 난관을 겪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전문성」에 대한 해석부터 다르다. 관료들은 공직사회에 수혈이 필요한 전문성은 기술직, 회계사·변호사 등 전문직종이며, 핵심 관리직은 직업관료의 전문분야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중앙인사위측은 7월말 현재 36개중앙부처 국장급의 평균재직기간이 11개월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산업자원부는 6개월, 외교통산부 8개월, 행정자치부와 국방부는 국장급이 평균 9개월씨만 한 자리에 재직했다. 『어차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바꾸면서 어떻게 관료의 전문성을 운운하냐』는 주장이다.

자격요건을 갖춘 민간 전문가의 지원이 많지 않을 것이고, 경쟁이 대부분 공직사회 내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 경우 소수부처의 공직 독과점현상, 인사구조의 왜곡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중앙인사위측은『공직사회 내부의 경쟁만 활성화되더라도 이는 건국이후 최초의 혁신이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같은 시각의 근저에는 관료에게 자기개혁을 맡겨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불신이 깔려있다.

모기업 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98년 기획예산처의 계약직 팀장을 지낸뒤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온 O씨. 그는 공직사회 내부의 비공식적인 의사소통구조 때문에 적잖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O씨가 경험을 토대로 내놓은 개방형 임용제에 대한 평가는 가장 적절한 것일 지 모른다.

『내년에 10명의 외부전문가가 고위공직자로 임명된다면, 그중 5명은 좌충우돌하다「왕따」될 것이고, 4명은 무능하다고 낙인찍혀 쫓겨날 것이다. 하지만

1명의 성공사례라도 건질 수 있다면, 이 제도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 '문민'서 '국민정부'릴레이

개방형 임용제 도입이 정부에 의해 공식 거론된 것은 95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영삼(金泳三)정부 당시 세계화추진위원회는 사회 각 부문의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개방형 임용방식을 건의한 것에서 비롯됐다.

세추위는 당시 「고급공무원 임용 및 육성의 세계화방안」으로 2000년 말까지 2-4급 고위직 20% 내외를 민간전문가로 충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총무처는 다음해인 96년 1년동안 중앙부처 5급이상 직위를 대상으로 직무분석에 착수, 정보통신 도시계획 등 10개분야 201개 직위를 개방형으로 지정했다.

김영삼 정부가 도입키로 했던 개방형은 일부 전문직에 계약직 공무원이 임용되는 선에서 그치고, 김대중(金大中)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 추진됐다. 특히 제2차 정부조직개편에서 공공부문 운영시스템 개선방안으로 개방형이 중요한 이슈로 재등장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정부조직 및 운영시스템에 대한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앙부처 실국장급(1-3급) 1,421개 자리중 30%인 400여개 직위를 개방, 5월부터 2000년말까지 충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방형은 임용시기와 충원범위 등을 놓고 관료들의 거센 반발과 정치권이 개입 등으로 치열한 공방과 진통을 거듭했다.

당초 민간경영진단팀은 공무원이 개방형 직위에 응모할 경우 신분보장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나 관료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다만 직급상 전보나 승진요건을 갖추지 못한 하위직 공무원이 개방형 직위(1-3급)에 선발될 경우 계약직으로 임용하는 선으로 조정됐다. 충원범위도 당초 30%에서 20%이내로 축소됐다. 충원시기도 99년 말까지 임용을 완료키로 했으나 공직사회의 안정성을 고려, 2000년 말까지 연기해 결원 또는 공석이 생길 경우에 충원키로 후퇴했다.

▲ 개방형 임용제 도입일지

95. 8. 세계화추진위원회 건의

96. 1. 총무처 신년주요업무계획으로 개방형 발표

96. 1-12. 총무처 직무분석기획단 대상직위 조사

(5급이상 201개 직위. 97년부터 개방추진)

98.12. 기획예산위·행자부 시행계획수립

(실국장급 직위 30% 99년말까지 개방)

98. 11-99. 2. 민간경영진단팀 대상직위 조사

99. 2.25. 기획예산위 경영진단결과 발표

(특수직 제외한 1-3급 30% 개방)

99. 3.23 정부조직개편 및 개방형임용제 도입발표

99. 5. 정부조직법·국가공무원법 등 관련법령 개정

99. 5. 대상범위 축소 (30%→20%)

99. 8-11. 중앙인사회 직무분석팀 재조사 착수

99.11.15. 개방형 직위 129개 발표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중앙인사위 박기준과장 인터뷰

개방형 공직 선정의 실무책임을 맡았던 중앙인사위 박기준(朴基俊)직무분석과장은 28일『관료사회가 자체적으로 개혁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면서『내년 하반기부터는 관료사회에 새 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129개 개방직위를 발표한 뒤 일선부처의 반응은.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곳은 한 부처밖에 없었다』

-실제로는 상당한 반발이 있는 것같은 데.

『부처마다 입맛에 맞게 하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당사자로서 불만도 있을 수 있지만 전체 공직사회의 쇄신차원에서 추진하는 제도다』

-재경부 등 힘있는 부처는 로비로 자리를 지켰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재경부도 경제정책심의관 자리를 내놓는지 알고 있었으나 중앙인사위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국제금융심의관직을 개방시켰다. 교육부의 경우 일반직이 임용돼 있는 국제교육협력관 자리를 요구해 막판에 관찰시켰다』

-관료사회가 반발할 경우 제도 정착이 어렵지 않겠는가.

『96년 총무처 직무분석 기획단이 개방대상 직위를 자체 선정했는데, 결국 하위직만을 골라내 실패했다. 부처의 손에 맡긴 개혁은 어렵다』

■ 중앙부처 모 국장 인터뷰

중앙부처의 한 국장은 28일 익명을 전제로 내년 개방형 임용제 도입방침에 대한 비판을 가감없이 제기했다.

-개방형 임용제에 대한 관료사회의 반응은.

『대부분 실효를 거둘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공직자 사기가 가장 크게 저하한 해이다. 체력단련비 등으로 보수를 조금 올리면 뭐하는가. 공무원의 사기는 승진 등 인사로 보장된다』

-개방키로 선정된 직위들을 어떻게 보나.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감안했다기 보다는, 직위의 이름에 집착하고, 모양새에 치중한 것같다. 현실을 감안하기 보다는 홍보효과를 노린 것같다』

-부작용이 예상되나.

『당연하다. 특히 개방형 직위를 우선 임용토록 한 것은 부처마다 인사를 크게 경직시킬 것이다. 개방형 한 자리 때문에 다른 국장 자리도 옮겨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중하위직도 승진길이 막힐까 걱정이 크다』

-반발의 원인은 무엇인가.

『제도를 만든 사람들이 인사행정을 잘 모르는 것같다. 서울대 교수진을 보라. 개방하려면 자기 출신분야부터 해놓고 시작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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