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팀의 대통령보고서가 김태정전법무장관에게 전달된 경위는 드러나고 있으나 강인덕전통일부 장관 부인 배정숙씨가 공개한 사직동팀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의 작성 및 유출 경위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은 최종보고서에 쓰인 약물이 동일하게 사용된 점과 문서 양식, 외래어 표기가 같은 점으로 미루어 사직동팀에서 흘러 나온 것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그러나 박주선 전청와대법무비서관은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이 공개된 이후 일관되게 『최초보고서라는 문건은 본 적도, 보고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박전비서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직동팀내에서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한 제3의 인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크다. 박전비서관은 28일 『사직동팀에서 나간 건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겠다』고 말해 은연중 자신도 모르는 보고서가 작성돼 외부로 나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초기 탐문조사 결과가 박전비서관에게는 보고되지 않은 채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전비서관은 줄곧 『옷로비 의혹 관련 사직동팀 내사를 1월15일 착수했다』고 밝혔으나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에 1월14일에 작성된 「조사과 첩보」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도 제3의 인물의 개입 여지를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사정기관이 유언비어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는 내사 초기에는 윗선에 보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어 박전비서관이 최초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상식에 어긋나는 것만은 아니다. 사정기관은 첩보수준의 유언비어 가 어느정도 신빙성 있는 것으로 드러날 때 비로소 윗선에 보고하는 것이 관례다.
박전비서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으나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이 검찰에서 법무비서관실에 파견돼 사정업무를 담당하는 검사나 경찰 보고라인 등 제3의 인물이나 다른 보고라인을 통해 유출됐을 확률이 높은 편이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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