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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노인방 갈시간 안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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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노인방 갈시간 안됐냐?"

입력
1999.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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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3동 우성아파트 부근의 성보빌딩 3층. 60여평이 넘는 실내는 언뜻 어린이놀이방을 연상시킨다. 장판이 깔린 교실처럼 넓은 실내, 공부상같은 큰 탁자와 칠판, 한쪽에 치워놓은 놀이기구, 입구의 신발장 등등…. 그러나 사각형의 긴 탁자에 둘러앉아 교사의 지도아래 퍼즐맞추기를 하고 있는 원생들은 어린이가 아니라 60-80대의 노인들이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던 노인들은 퇴근시간인 저녁 6시가 되자 찾아온 자식들과 함께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간다.여러가지 운영방식이 어린이방과 흡사한 이곳은 이른바 「노인방」으로 불리는 광진노인주간보호소. 이 보호소에서는 직장근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30여명의 노인을 맡아 돌봐주고 있어 맞벌이가정이나 홀로 사는 외로운 노인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단순히 노인들을 수용하는 보호시설과 달리 어린이방처럼 잘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다양한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질병치료및 목욕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제공되는 서비스중에는 60세 이상의 심신 허약 노인들을 위해 물리 치료, 한방 강의, 단학 체조, 발지압 등은 물론이고 국악교실, 노래교실, 종이접기, 비디오 감상 등 다채롭다.

지난 5월부터 광진노인주간보호소에 어머니 송옥희(63)씨를 보내고 있는 맞벌이부부 배재민(33·자영업)씨는『낮 시간동안 어머니를 돌 볼 사람이 없어 고민을 하다가 이 곳을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양노원인줄 알고 거부반응을 보이던 어머니가 이제는 보호소를 더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약간의 치매증세가 있는 송씨는 병세도 다소 나아졌을 뿐 아니라 집에 돌아오면 밤잠을 푹 자는 변화도 보이고 있다는 것.

현재 서울시내 노인주간보호소는 30여곳. 대부분 사회복지재단이나 종교단체등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낮 시간동안 노인을 돌보기 때문에 한때 「탁노소」로 불리기도 했다. 한 곳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보통 30명을 넘을 수 없어 ▲몸이 허약한 생활보호대상자 ▲혼자 사는 독거노인 ▲노인을 모시고 사는 맞벌이가정만 이용할 수 있다. 생활보호대상자 노인에게는 무료이고 일반인에게는 하루 2,000-4,000원정도를 이용료로 받고 있다. 수용인원의 제한때문에 시설이 좋은 보호소의 경우 이용 희망자들이 많아 대기자 명단을 만들어 자리가 날 경우 대기순서에 따라 들어갈만큼 인기가 높다.

강서 주간보인보호소 신희원(28) 사회복지사는『집에서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는 노인들은 대개 심리적인 불안감이나 고립감을 갖기 쉽고, 혼자 점심을 챙겨먹는 일이 많아 영양이 부실해지기 쉽다』며 『반면 보호소에서는 간호사가 건강관리를 돕고, 다른 노인들과 어울려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노인들이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주간노인보호소가 100여곳으로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데다 일부 시설은 다른 노인수용시설과 차이가 없거나 부실운용되는 곳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인문제연구소 이미애(李美愛) 박사는『현재 우리 나라 노인시설은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특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미국의 데이케어(Day Care) 처럼 경제 형편에 따라, 또는 노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요양시설과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노인보호시설

강서주간보호소(15) 강서구 화곡3동 481-2217

남부노인종합복지관(110) 관악구 봉천동 888-6144

광진노인주간보호소(30) 광진구 자양3동 458-0534

구로노인종합복지관(30) 구로구 구로동 838-4600 중계노인복지관(30) 노원구 중계2동 972-9011

은천주간보호센타(20) 동대문구 장안2동 2249-9980

공덕치매주간보호(15) 마포구 공덕동 712-3633

서초노인종합복지관(22) 서초구 양재동 578-1515

양천노인종합복지관(25) 양천구 신정7동 2649-4848

용산재가노인복지센타(20) 용산구 원효로 4가 718-8911

이민주기자

mjlee@hk.co.kr

■유료 노인복지시설

노인유료복지시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유료 양로원, 유료 노인복지주택, 유료 요양원이 그것. 경제력이 있고 자식에게 얹혀 살기보다는 독립적으로 자신의 여생을 해결하려는 노인들을 겨냥한 것.

유료 양로원은 거동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노인들이 취사, 청소, 빨래 등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다. 레포츠 활동과 취미 생활을 위한 시설도 갖춰져 있다. 88년 경기 수원시 조원동에 세워진 유당마을이 효시이며 현재 전국에 14개 있다.

유료 노인복지주택은 요즘 주목받고 있는 실버타운을 말한다. 의료, 운동, 휴양 등 부대시설이 기존 양로원보다 낫다. 입소 보증금이나 입주금도 1억원대에서 7억원대까지 다양하다. 서울 등 대도시 중산층을 겨냥한 것들이 대부분. 분당의 경남시니어타운, 용인실버타운 등 위치도 서울 근교에 집중돼있다. 주거 단지와 휴양 단지의 복합적인 성격이 짙다. 보증금은 대개 본인이 사망하거나 나갈 때는 돌려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계약할 때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

유료 요양원은 중풍 치매 등으로 몸이 아파 거동이 힘든 노인들이 입주, 장기간 의료진의 치료를 받으면서 거주할 수 있는 시설. 치매노인은 받지 않는 등 요양원에 따라 입소요건이 다르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사회복지재단 성지원이 운영하는 「충효의 집」 등이 있다.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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