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사건」의 근원은 신동아 최순영회장의 외화밀반출혐의가 드러난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은 최회장이 국내 4개은행으로부터 수출금융명목으로 대출받은 1억8,000여만달러 중 1억6,000여만달러를 불법으로 외국에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하지만 검찰은 그 무렵 대한생명이 미국 메트로폴리탄 보험과 10억달러 외자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 「수사 유보」방침을 밝혔다.
최회장과 부인 이형자씨는 이 때부터 최회장 구명을 위해 본격적인 로비활동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사직동팀 최종보고서를 공개한 당시 신동아그룹 부회장 박시언씨도 지난해 10월까지 두세차례 최회장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울지검 고위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외자유치가 무산되고 같은해 12월 검찰이 「최회장 사법처리 방침」을 결정했다. 최회장측의 로비활동도 이 무렵 극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로비용」으로 의심받은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화백 그림을 대량매입 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더불어 고위층 사모님들의 사치행각에 대해 사직동팀 등의 내사가 시작됐다.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도 이무렵 사직동팀 문건을 입수해 연정희씨에게 보여주며 「처신을 똑바로 할 것」을 경고했고, 연씨도 이 문건의 사본을 배정숙씨에게 넘겨주며 「입조심·몸조심」을 당부했다.
결국 최회장은 올해 2월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이씨는 남편의 구속에 맞춰 옷로비 행각의 전모를 일간지 1면 광고를 통해 폭로하려다 검찰의 압력으로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의 갈등관계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5월말 옷로비 의혹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부터. 이씨가 「구술서」등을 통해 연씨 및 배정숙 정일순씨 등의 「파렴치 행위」를 폭로하면서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고 검찰수사, 국회청문회, 특검수사로 이어지게
됐다. 이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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