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면 드러나고, 거짓말하면 들통나고…」 옷로비사건을 뒤덮은 「거짓말 시리즈」로 온 나라가 불신신드롬에 빠졌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고관부인들이 성경을 모독하더니 이젠 권력기관의 거짓과 축소·은폐의혹까지 불거져 정권의 도덕성까지 의문시되는 단계에 이르렀다.사직동팀 최종보고서가 공개된 26일 대다수 시민은 『단순할 수도 있는 사건을 거짓으로 덮으려다 정권이 신뢰성 위기를 맞았다』며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하는 작태』라고 흥분했다. 정부·여당이 처음부터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전모를 털어놓고 국민에게 사죄를 구했다면 이런 지경까지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충고도 많았다.
서울대 송호근(宋虎根·사회학)교수는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내용이 「사실(사직동팀 최초보고서)」과 다르다는 것은 최고통치권자가 국민으로부터 격리돼 있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며 『사실을 은폐·축소하는 낡은 정치행태가 현정권 들어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정치검찰에 의해 농락당한 청와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은 가장 엄정해야 할 청와대 비서실의 도덕적 해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앞에 사과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국가기관이 대통령에게 허위보고하고 공문서를 조작까지 했다면 이는 용서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박주선 전 청와대비서관과 김태정 전장관은 특검에 출두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청년연합회 김형주(金炯柱)회장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짓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지 권력기관은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金石洙)사무처장은 『국가의 중추인 청와대가 대통령에게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이는 엄중히 문책해야 할 사항이며 이런 일로 국가 전체가 혼돈에 빠지게 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특검팀이 사건을 전면적으로 수사, 한점의 의혹도 남겨놓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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