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순씨에 대한 구속영장청구가 다시 기각됐음에도 26일 옷로비 특검팀은 애써 여유를 찾으려 했다. 25일 사직동팀 문건 수사방향을 두고 격론이 있은뒤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지휘권을 넘겨받아 브리핑을 주재한 양인석 특검보는 『시간은 아직도 충분하다』며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고 영장재청구의사를 비쳤다. 그러면서도 양특검보는 『정씨에 대한 혐의사실에 새로 추가할 것은 없을 것』이라고 수사방향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검사가 같은 사안을 두고 세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한 전례가 없음을 볼 때 특검팀의 이같은 시도는 고집으로 보일 수 있다. 또 「위증은 특검 수사대상이 아니며 알선수재 등은 범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법원의 기각사유가 특검팀 수사의 전면수정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특검팀의 삼고초려는 불발로 그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양특검보는 『정씨를 압박하지 않고서는 사건의 본령을 파헤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연·정·이 등 4여인의 거짓말과 폭로전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사건의 축인 정씨를 분리하지 않고서는 옷로비의 실체 여부를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씨의 구속이 수사편의를 위한 강제적 방법임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장청구시 정씨에 적용된 혐의사실을 되짚어보면 특검팀이 정씨의 구속으로 무엇을 얻어려 하는지 읽을 수 있다. 대다수의 법조계 인사는 특검팀의 영장청구 이유중 알선수재만이 구속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물론 범죄혐의에 대한 입증이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위증혐의에 대해서는 특검 수사대상인지도 불분명하고 자체로 구속사유가 안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검팀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는 없다. 그러나 의혹해소 차원에서 특검수사가 시작된 이상 특검팀은 남은 수사기간 동안 정씨를 단서로 꼬일대로 꼬인 이사건의 「옷고름」을 풀어야하는 절박한 처지에 있다. 이 목표에 접근하기 위해선 정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 구속하고 이후 보강수사로 4여인의 위증을 가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검팀 관계자가 『위증과 알선수재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고 밝힌 것도 결국 특검팀의 속마음이 위증에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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