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의혹사건」과 관련, 사직동 최종 내사보고서가 청와대 박주선 법무비서관에 의해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배정숙씨가 공개한 「사직동팀 최초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과 달리 연정희씨에게 유리하게 최종결론을 내려 김전총장과 박비서관이 고의적으로 내사와 검찰수사까지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축소·은폐의혹의 출발점은 배씨의 문건이 사직동 최종보고서가 만들어지기전에 내부보고용으로 만들어진 최초보고서의 여부. 박비서관은 『최초보고서를 만들지도 않았고, 김전총장에게 건넨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씨의 문건내용은 관련자들의 직접조사를 기초로 하지 않으면 도저히 작성할 수 없을만큼 정교하다. 사용된 약물(기호)은 물론, 라스포사 명칭이 「라스포」로, 「대통령님」「영부인님」등의 표현이 최종보고서와 동일하다. 이 최초보고서를 보고받는 위치에 있는 박비서관이 개인적으로 부인 연씨와 관련된 정보를 구하고 있는 김전총장에게 건네줬을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추론이 맞다면 누군가가 연씨와 관련된 혐의를 내사단계에서 변질시켰다는 의혹으로 번진다. 호피무늬 반코트와 관련, 사직동 최초보고서로 추정된는 배씨의 문건은 「연씨의 외상구입」으로 결론지은 반면 최종보고서는 「연씨는 코트배달을 몰랐고 정일순사장이 400만원에 사라고 했을때 고위층부인이 고가옷을 입을 수 없다」고 왜곡된 결론을 내렸다.
당초 배달시점과 반납일도 각각 12월19일, 1월8일로 정확하게 조사됐지만 최종보고서는 배달시점을 12월26일로, 반납일은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내사종결된 1월20일 최초보고서를 받은 김전총장이 내사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면서 고교후배인 박비서관을 통해 연씨의 주장대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진술조작을 지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전총장이 내사단계에서 축소·은폐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과 함께 검찰수사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별검사가 연씨 부분에 대해 사직동 최종보고서와 거의 동일한 결론을 내린 검찰수사를 속속 허물며 최초보고서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위여부를 떠나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김전총장의 지시를 받아 연씨의 편을 들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비난을 검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실패한 로비」로 끝날 수 있던 옷로비 사건은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대외비 문건 유출로 인해 정권의 도덕성 시비로 비화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덕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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