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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불 '유럽연합군' 창설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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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불 '유럽연합군' 창설 촉구

입력
1999.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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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독자적인 군대를 갖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5일 런던에서 미국에 대한 유럽의 방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로서 『유럽연합(EU) 내에 신속대응군(RRF)을 창설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EU의 정치·군사기구인 서유럽동맹(WEU) 소속 외무·국방장관 10명은 22일부터 이틀간 유럽연합군의 작전수행능력을 키우기 위해 위성정보 시스템, 스마트탄, 스텔스 체계 등 첨단무기 개발에 공동 노력키로 합의했다.

미국이 배제된채 EU 각국의 국방정책 책임자들이 유럽의 안보 문제를 논의한 것은 처음이다. 유럽의 「군사적 홀로서기」 노력은 다음달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좀더 구체화해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RRF는 6만명 규모의 병력과 전투기 500대, 군함 15척 등으로 2003년까지 구성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이같은 유럽의 독자 방위 구상은 무엇보다 93년 보스니아와 올해 코소보 사태의 처리에 대한 자기 반성에서 출발했다. 유럽은 「뒷마당」인 발칸에서의 분쟁해결을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위임했다.

WEF 보고서에 따르면 코소보 전쟁때 공습의 80%는 미군이 담당했고 유럽엽합군중 가동된 병력은 2%에 불과했다. 물론 유로화 출범으로 경제·무역분야 통합이 일단락되면서 EU의 관심이 군사외교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EU는 지난 6월 쾰른 정상회담에서 10개 EU 회원국으로 구성된 WEU를 2000년말까지 EU에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1954년 창설됐으나 나토에 가려 거의 유명무실한 존재였던 WEU가 EU의 공식 방위기구로 격상한 것이다.

유럽의 「안보 독립」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견해다. 무엇보다 WEU는 나토와 「경쟁」하는 관계다. WEU의 존재는 나토를 관리함으로써 유럽에 대한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않는다.

미국은 냉전 종식으로 나토의 존재 근거가 희석되자 91년 「동맹의 정치」라는 명목으로 나토의 주적(主敵)을 「모든 방향으로부터 오는 도발」로 수정, 유럽 주둔 미군을 10만명으로 유지했다.

미국은 또 이번주초 마크 그로스만 국무부 유럽담당차관을 통해 영국측에 『유럽의 독자적 군사행동은 반드시 미국과 상의해야 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영·불 정상도 이를 감안, 공동성명에서 『RRF 창설이 나토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유럽연합군이 나토군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인력의 투입이 이뤄져야 하는데 EU 회원국이 이같은 부담을 지려하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미국의 「안보 우산」에서 벗어나려는 유럽의 몸부림은 일단 점점 호응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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