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의 음색은 대체로 부드럽고 따뜻하다. 민속악 보다는 정악이 특히 그러한데, 악기의 재질이 비금속성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악기의 줄은 쇠줄이 아니라 명주실이며, 관악기도 대부분 대나무로 되어 있다. 음색이 부드러워 음과 음, 선율과 선율이 충돌해도 거의 불협화음이 되지 않는다. 평화로운 음악이 우리의 바탕이다. 국악은 또한 악곡과 악곡을 분리하지 않고 되도록 이어서 연주한다. 이런 점은 「은근과 끈기」라는 민족성으로 요약된다.■테크노음악이라는 기계음악이 지금의 TV 가요프로를 휩쓸고 있다. 우리의 체질과 맞지 않는, 국적없는 음악이 표피적 감성으로 젊은이를 유혹하는 것이다. 이런 우려 속에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국악 비중이 커지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어렸을 때 길러진 감수성이 평생 유지되기 때문이다. 지금 30%인 국악의 비중을 2000년까지는 40%로 올리고, 그 후는 50%까지 맞출 예정이라고 한다.
■대중음악의 황폐화는 해방후 음악교육에서 국악을 배제시킨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 것의 가치를 깨닫는데는 사물놀이의 재발견과 영화 「서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 풍물서클이 없는 대학은 거의 없다. 문제는 시청률만 의식하여 테크노음악에 매달리고 있는 TV 가요프로다. 국립국악원이 그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국악FM방송국의 설립이다. 디지털 기술 덕분에 초미니 국악전문 방송국의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악원 안에 70평 규모의 사무실을 두고 10여명의 인력이 동원되면 연간 3억원의 예산으로 훌륭하게 방송을 할 수 있다. IMF 경제난으로 지난해는 방송시설을 갖추는데 필요한 20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계획이 미뤄졌다. 그런데 「문화」를 강조하는 2000년대를 코앞에 둔 올해도 예산배정이 불투명하다니 안타깝다. 「백성과 더불어 즐기자」고 「여민락(與民樂)」을 작곡한 세종은 역시 성군이다. 세종이 있었다면 국악FM방송은 벌써 설립되지 않았을까.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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