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순항하는 듯했던 옷로비사건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가 잇따라 벽에 부딪치고 있다.법원이 정일순씨에 대한 특검의 영장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특검은 앞으로 수사에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만한 결과를 얻는다해도 법률적으로는 이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모순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씨에 대한 영장기각은 지난 16일에 이어 두번째로 영장 재청구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정씨를 구속한 뒤 사건의 고리를 풀어나가려던 특검팀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같다. 법원의 결정은 당장 특검의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과정에까지 장애로 작용하고, 특검의 활동 전반을 위축시킬 전망이다.
법원은 특검팀이 구속사유로 청구한 알선수재, 사기미수, 위증 등 모든 혐의에 대해 기각사유를 밝혔다. 주된 혐의인 1억원의 옷값대납을 요구했다는 알선수재 부분에 대해 법원은 범죄사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증거로 제출한 정씨와 이형자씨 자매의 전화통화 내용이 일관성이 없고, 평소 양측의 거래관계에 비추어 1억원이란 거액을 요구했다는 점을 믿기 어렵다는 취지다.
한마디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정씨를 축으로 진행된 특검팀의 수사방향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검이 영장 재청구시 추가한 사기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같은해석이 가능하다. 대납 요구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정씨가 1억원을 받아내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검팀이 수사성과로 내세우는 위증혐의에 대해선 더 엄격한 판단이 내려졌다. 법원은 국회에서의 위증은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이 아니므로 구속을 통해 수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조차 없다고 못 박았다. 영장을 심리한 서울지법 박형남 판사는 『특검이 수사결과발표시 사건 관련자들의 위증사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수사과정에서 구속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 16일 정씨에 대한 1차 영장기각 후 보강수사를 통해 3권의 수사기록을 첨가하고 30여쪽에 달하는 재청구사유서까지 제출한 특검팀은 영장재기각 사실을 통보받고 침통한 분위기에 싸였다. 양인석 특검보는 『할 말이 없다』고 허탈해했으며, 법원에서 발부를 기다리던 김도형 특별수사관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내일 회의를 통해 앞으로 수사방침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씨의 변호인인 임태성변호사는 『특검의 말대로 진실의 힘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면서 『결국 이형자씨의 자작극임이 명백해졌으며 이후 기소가 된다해도 재판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다툴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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