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부킹이 하늘에 별 따기다. 해가 짧아져 골프를 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이보다는 시중에 돈이 돌고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위기감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더 큰 이유다. 공직사회의 「골프 해금(解禁)」 분위기도 한 이유다. 이때문에 요즘 골프장은 말 그대로 「난리」다.◆실태
지난 주말 서울 근교 L골프장. 짜증스런 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리는 골퍼들이 흡사 추석 귀성 열차 매표소 줄처럼 늘어서 있다. 평균 6분 전후인 티오프 간격도 지켜지지 않아 제시간에 운동을 시작하는 팀이 드물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주중에도 몇주 전에 예약해야 필드에 나올 수 있다』며 『10-11월이 피크타임임을 감안하더라도 예년에 비해 주중 골퍼가 30-40%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많은 골프장에서는 「회원권」도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골프장측에선 오히려 비회원 손님들을 선호한다. 비회원의 경우 그린피가 회원의 두배 가까워 매상을 더 올릴 수 있는데다 클럽하우스 이용률도 회원보다 높기 때문이다.
부킹시 「새치기」를 시켜주는 「급행료」도 단가가 대폭 상승했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양모(43)씨는 『예년에는 10만원 정도 웃돈을 얹어주면 대부분 부킹이 가능했지만 요즘에는 턱도 없다』며 『50만-60만원 정도 줘야 할 경우도 있지만 사업상 중요한 접대가 많기에 투자란 생각으로 급행료를 지불한다』고 말했다.
◆ 왜 대란인가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을 골프인구의 증가 때문으로 본다. 특히 지난해 「박세리」 돌풍으로 연습장을 찾아 골프채를 처음 잡았던 입문자들이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필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아줌마부대의 동참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H골프장의 경우 50개뿐이던 여성 라커를 100개로 늘릴 정도로 아줌마 골퍼의 증가는 폭발적이다. 남편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주부 김모(48)씨는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골프와 주식을 모르면 「왕따」당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벤처기업 등 기업창업열풍과 부킹대란을 연관시키기도 한다. 관계·재계 등에 줄을 대려는 창업가들이 가장 손쉬운 로비방법인 골프장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골프 대중화』발언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