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전법무장관 연정희씨 부부가 24일 고가옷로비 사건을 수사중인 최병모특별검사팀에 자진출두키로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강인덕 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가 23일 『「조사과 첩보」라고 적힌 관련 문건을 연씨에게서 받았다』고 밝힌 이후 의혹의 시선은 김전장관부부에게 집중됐다. 따라서 김전장관 부부가 문건 입수 경위 및 출처에 대해 해명을 하지 않는 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연씨가 배씨에게 문건을 전달할 당시 김전장관이 사정기관의 총수였다는 점을 근거로 문건 입수과정에서 사직동팀, 검찰 등 국가기관의 개입 및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대두되자 김전장관은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문건에 육필로 적힌 「조사과 첩보」등의 글씨가 김 전장관의 필적과 동일하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오자 김전장관이 「소극적 방어」 보다는 「적극적 해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연씨의 위증과 연씨가 정일순씨와 이은혜씨에게 옷배달 시점 등에 대해 거짓 진술토록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이상 말을 하지않고 있기에는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검의 연씨 압박작전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셈이다.
김전장관 부부는 그러나 『결코 옷로비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이형자씨가 최순영전회장의 구명을 위해 펼친 전방위 로비에 오히려 희생당했다』는 논리를 전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전장관부부 조사를 계기로 이 사건의 본질인 옷값 대납 여부를 가리기 위한 막바지 정지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검팀의 정지작업은 1차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정일순씨에 대한 영장재청구로 요약된다. 특검팀은 정씨와 의상실 등에 대한 계좌추적과 통화기록 분석을 통해 정씨와 이씨간에 벌어진 옷값대납 요구에 대한 사실관계를 보충했다.
특검팀의 이러한 움직임은 특검법이 규정한 수사대상 부분에만 집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양인석 특별검사보는 23일 연씨의 문건입수 경위를 묻는 기자들에게 『문건부분은 곁가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연씨가 비록 당시 검찰총장이던 남편을 통해 문건을 입수했다해도 특검이 수사할 대상이 아니며 이에 대한 의혹은 향후 일반검찰에 수사를 의뢰, 문제제기를 하면 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결국 특검팀은 정일순씨를 축으로 연정희씨에 대한 이형자씨의 옷로비가 실제로 있었는지, 없었다면 누가 옷로비를 의도했는지를 가린다면 수사목표는 달성했다는 판단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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