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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락한 공권력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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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락한 공권력 도덕성

입력
1999.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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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 사건의 성격이 새로 규정되고 있다. 애초부터 모호한 옷로비의 실제여부를 떠나, 이 사건을 다룬 공권력이 여러 대목에서 축소은폐를 시도했다는 사실만은 숨길 수 없게 됐다. 이에따라 이 사건은 이제 공권력의 신뢰와 도덕성이 근본부터 의심받는 은폐의혹 사건이 됐다.옷로비가 실제 있었는지, 고관부인들의 현란한 말장난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지금 중요치 않다. 공권력이 사건을 어떻게 주물러 국민을 우롱했느냐가 핵심이다. 권력의 대응도 이런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사직동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이 공개되자 사직동팀을 지휘하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문건의 양식등이 달라 사직동 보고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같은 발상과 자세가 「실패한 로비」일 수도 있는 사건을 이 지경으로 끌고 왔다고 생각한다. 이 문건이 사직동팀 내사보고의 원본을 그대로 이용했거나, 이를 토대로 작성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양식과 내용 일부가 다르다지만, 사직동팀이 아니면 이런 보고서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 내사보고가 어떤 경로를 거쳐 검찰총장 부인에게 전달됐는가도 굳이 논란할 필요가 없다. 사직동팀 실무자나 지휘자, 보고서에 접근할 수 있는 청와대 관계자나 사직동팀과 선이 닿는 검찰 정보팀 등을 거쳐 검찰총장 손에 보고서가 들어갔으리란 것은 자명하다. 양식이 다른 것을 변명삼는 것은 종이가 다르다는 항변과 큰 차이가 없다.

검찰총장이 이 문건을 부인에게 건네 옷로비 시도에서 거간역할을 한 통일부장관 부인에게 준 의도는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터무니없이 대단한 로비의혹이 있은 양 떠든 것을 질책하는 것일 수도 있고, 청와대 사정팀도 이 정도로 결론내렸으니 공연히 떠들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내밀한 사연은 사안의 본질이나 의혹의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결코 철없다고 할 수 없는 부인네들이 꾸미고 빠져든 옷로비 시도가 말썽되자 공권력을 담당한 이들이 온갖 속임수로 국민은 물론 권력까지 기만하려 한 것이다.

「사직동 보고서」는 옷로비 의혹이 검찰과 권력의 주장대로 별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검찰권과 사정기능을 맡은 이들이 이 사건에 대처한 자세는 공직자의 금도(襟度)는 물론 권력보위 책임에도 어긋난다. 이를 믿고 수용한 권력이 국민앞에 잘못을 인정하고, 사실을 밝히는 것이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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