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핵심요직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교체됐다. 비서실장 교체를 계기로 비서실은 물론 청와대의 모습, 정권의 모습이 새롭게 달라지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비서실이 어떻게 하면 대통령을 잘 보좌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대통령이 당대에서 보다는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보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비서실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행여 그럴리야 없겠지만, 앞으로 비서실은 국정보좌 보다는 대통령의 「심기보좌」에 열의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정국 및 시국상황에 연연하지 말고, 대통령이 균형감각을 갖고 국정 전반을 통찰할 수 있도록 보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언을 서슴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는 비서실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한 흔적이 별로 발견되지 않고 있다.
국정운영권자와 그의 보좌진은 법률적 또는 행정적 판단에 앞서 정치적 고려를 심사숙고해야 할 때가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 때 예상 밖으로 국정의 난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 대표적 사례가 옷로비 의혹사건 및 언론대책 문건 파문의 추이와, 서경원전의원 사건 재조사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옷로비 의혹사건은 법률적으로만 봐서는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다. 고관부인들이 IMF의 와중에서도 몰려 다니며 철없는 행동을 한 것이 문제였지, 옷로비가 실제로 있었느냐 여부는 애초부터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정권은 그걸 무시하고 특정인을 감싸고 돌다 사태를 결국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서경원전의원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검찰수사가 대통령 누명 벗기기에 주력하는 듯이 보이는 것은 큰 불찰이다.
비서실은 국정의 요충지나 다름없다. 당과 정부, 또는 정부 부처간의 교통정리를 해야하는 부서이다. 비서실이 교통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 당정이 제각각 개인플레이를 하게 되고, 결국 매사에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비서실은 어떤 권력기관으로부터도 간섭당할 위치에 있지 않다.
이런 연유로 비서실은 정권내 권력기관_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등을 견제 감독할 수 있는 실질적 부서이기도 하다. 국민의 정부는 정통성이 있는 정권이므로 권력행사가 다소 지나친 점이 있다 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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