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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안사범의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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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안사범의 궤변

입력
1999.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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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매우 뒤숭숭하다. 옷로비 사건의 「물고 물리는」 상황전개가 그렇고, 정보·공작정치를 둘러싸고 벌이는 여야의 공방이 그렇다. 대통령의 누명을 벗긴다고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는 모습은 더욱 혼란스럽다.공안통치의 고발자나 피해자라는 사람도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져」 하는 냉소의 대상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은 「나서지 않아야 할」사람들이 논쟁의 와중에서 공방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양 상대를 향해 고성과 삿대질을 해대지만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야당측의 공안통치 주공격수도 사실 따지고 보면 전정권하에서 그렇고 그런 사람이다. 군사정권하에서 공안사건을 엮었던 사람이다. 자신의 전비(前非)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해명이나 소명이 없었다. 대신 자신의 행위는 애국차원이었고, 지금 남이 하는 것은 공안통치라는 논리다. 마치 「남이 하면 불륜이요, 자신이 하면 로맨스가 되는」 얼굴 두꺼운 아전인수다.

■더욱 혼란스런 사실은 국법질서를 어기고 북한에 밀행, 간첩혐의로 유죄판결받은 사람의 궤변이다. 그가 22일 『나의 방북은 「밀입북」이 아니라 「통일운동을 위한 방북」으로 당시 재판은 무효』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그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밀입북」이 아니라면, 그가 언제 정부 승인받고 방북했다는 말인지, 아니면 자신은 정부의 승인같은 절차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입이 있다고 아무말이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통일운동을 위해」였든, 어쨌든간에 그의 평양밀행은 엄연한 실정법 위반행위다. 따라서 「당시 재판무효」 운운하는 그의 주장은 가소롭기까지 하다. 「나서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벌이는 공방은 그래서 지루하고 소모적이다. 이들에게 꼭 해 줄 말이 있다면 그것은 『먼저 보아야 할 쪽은 남의 눈의 티가 아니라 당신들 눈에 박힌 들보요』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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