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너 마저…』학생운동의 본산을 자처하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비운동권 후보가 84년 학생회 부활 이후 처음으로 최다 득표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23일 선거 개표결과 비운동권인 「광란의 10월」팀 허민(許民·23·응용화학부4·사진)후보가 유효투표수의 24.79%인 2,549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운동권인 민중민주(PD)계열 후보는 201표 차이인 2,348표(22.83%)를 얻어 2위로 밀려났고, 한총련 핵심세력인 민족해방(NL)계열 후보는 3위에 그쳤다.
하지만 1,2위 후보간 득표차가 오차범위인 212표 내에 있어 29일부터 사흘간 결선투표를 치르며 비운동권 후보의 당선여부도 그때 판명된다.
전국대학의 축제를 연결하는 「문화네트워크」창설과 대학내 다양한 문화의 존중을 주장한 허후보는 서울대 댄스동아리 「히스(HIS)」창설멤버. 부총학생회장 후보로 함께 출마한 강제욱(姜帝旭·22·조소과4)씨 역시 유라시아대륙횡단, 발해유적 답사 등을 한 색다른 경력의 소유자이다. 이들은 멀티비전을 동원한 힙합댄스 유세(본보 11월19일자 면), 개설 이틀만에 접속건수 2,000회를 돌파한 인터넷 홈페이지 외에 인쇄물은 일체 제작하지 않는 색다른 선거운동으로 화제를 모았다.
허후보는 『우리는 더이상 80년대에 살고 있지 않다』며 『학생운동은 이제 모든 학생의 관심사도 아니고 기존 학생회처럼 운동권 문화의 관성에 매몰돼서는 대학 구성원 모두의 다양한 문화를 아우를 수 없다』고 말했다. 허후보측은 당선이 되면 한총련과도 결별할 계획이다.
개표결과에 대해 운동권 후보진영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정치의식이 높다는 인문대 사회대를 비롯, 대부분의 단과대학에서 허후보가 1,2등을 다투며 고른 득표를 했기 때문이다. PD계열 선거운동원 조건영(曺建榮·22·언론정보학과3)씨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며 『그동안의 운동노선에 대해 많은 고민과 반성이 필요할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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