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석양기에 지구촌 경제는 빛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최근 십여일 사이에만 두 건의 메가톤급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이 금융산업의 골간을 이뤘던 글라스-스티걸법을 60여년만에 개정한 금융개혁법을 발효시켰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사실상 확정됐다. 전통적 업역구분을 뛰어넘는 슈퍼뱅크를 양산해 금융자본의 세계패권을 다지고, 가공할 경제잠재력을 빨리 현실화하기 위해 폐쇄적인 「만리장성」을 허물겠다는 게 노리는 바다.■세계질서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이 빅뱅들은 말할 나위 없이 다음 세기의 경제대전을 앞둔 군장 꾸리기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세계금융시장에 공룡 출현을 예고하는 금융개혁법안 서명후 『급변하는 세계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법은 불가피하며, 근본적이고 역사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쩌민(江澤民) 중국주석은 미국과 WTO 가입협상 당시 『양보를 두려워말고, 역사를 보라』고 실무자들을 채찍질했다.
■눈을 돌려 나라안을 보면 영 딴 세상이다. 정치권은 잇속차리기 쟁투에 눈이 빨개져 개혁입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정부 상층부는 옷로비 사건등 잇단 도덕성 스캔들에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재벌등 민간 개혁을 앵무새처럼 외쳐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옷로비 사건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갖가지 음습한 뒷거래 주역들을 양산한 재계는 최근 「동반개혁론」이란 그럴듯한 구호로 정치권과 정부에 연일 포화를 퍼붓고 있다.
■옛날 한마을에 바보와 멍청이가 있었다. 둘은 낚싯대를 메고 개천으로 나가는 길에 조우했다. 나란히 걷다가 바보가 먼저 물었다. 『자네 어디가나』 멍청이가 답했다. 『낚시가네』 한참후 멍청이가 물었다. 『자네 어디가나』 바보가 답했다. 『낚시가네』 그러자 멍청이가 말했다. 『그런가? 나는 자네가 낚시하러 가는줄 (잘못) 알았네』 요즘 재계 정부 정치권의 겉돌고 엇갈리는 행태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바보 이야기」가 떠올랐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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