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일대에 「뻔뻔한」도둑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열쇠업자를 불러다 태연히 문을 열고서 물건을 실어가는 대담한 수법에 경찰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다.강남구 모아파트 1층에 사는 한모씨는 최근 외출후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아침에 자신이 잠그고 간 문인데도 열쇠가 도무지 맞지 않았다.
열쇠뭉치가 통째로 바뀐 것이다. 뜻밖의 사태에 놀란 한씨가 우여곡절끝에 열쇠업자를 불러 집안으로 들어가니 집안은 아예 텅 비어있었다. 금고며 비싼 가재도구들까지 누군가 싹쓸이해 간 것이다.
경찰은 탐문수사 끝에 한씨집 문 열쇠를 통째로 바꾼 장본인이 인근에서 열쇠가게를 운영하는 P씨임을 밝혀냈다. 그러나 P씨는 경찰에 소환된 이유를 알 수없었다.
『「열쇠를 잃어버렸으니 문을 열어달라」는 주인의 연락을 받고 문을 열어줬고 열쇠뭉치를 바꿔준것 밖에 없다』는 게 P씨의 항변. P씨는 『작업하는 동안 이웃들도 왔다 갔다했지만 아무 말이 없어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3인조로 추정되는 도둑들은 미리 작정한듯 열쇠가게에 연락을 취할때도 공중전화를 이용했고 한씨가 집을 비우는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한 것이다.
한씨는 금고속에 넣어둔 현금은 물론 당좌수표 어음 등 40억원대의 금품을 도둑맞아 사업체 운영에도 적잖은 피해를 봐야 했다. 한씨는 주인을 확인하지도 않고 문을 열어준 P씨를 상대로 현재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중이다.
경찰관계자는 『최근 강남일대를 무대로 동일수법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열쇠업자들에게도 반드시 거주사실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 줄것을 주지시키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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