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축소은폐 의혹의 실체가 마침내 윤곽을 드러낸 듯하다. 옷로비 의혹의 핵심인 검찰총장 부인이 사직동팀 내사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통일부장관 부인에게 직접 건넸다는 폭로는 축소조작 경위를 짐작하게 해준다. 특히 보고서 내용은 민심과 정국을 극도로 혼란시킨 옷로비 의혹의 진상까지 헤아릴만한 것이어서, 파문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다시 여러 논란이 따르겠지만, 이 문건이 사직동팀이나 다른 기관이 만든 보고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당장 급한 것은 문건의 진정성과 유출경위를 숨김없이 밝히는 일이다. 또 보고서 내용과 검찰수사 결론이 서로 어긋난 이유를 사직동팀과 검찰 등이 스스로 해명해야 할 것이다. 특검수사를 기다리기엔 사안이 너무나 중대하고, 특히 민심이 더 이상 인내하지 않으리라는 데에 유의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몇몇 대목만으로도 권력과 검찰이 고집해온 「진상」이 사실과 거리가 있음을 뒤집어 보이고 있다. 우선 검찰총장 부인도 모르게 배달됐다던 호피무늬 코트를 400만원에 외상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린 점이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 이 내사결론도 얼마나 진실한 것인지 의심되지만, 검찰이 이마저 배척하고 아예 구입할 뜻이 없었다고 결론지은 것을 무색케 한다. 또 코트 반납시기가 검찰수사와 다르고, 특히 총장부인이 코트를 한차례 입고 외출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달라진 대목 등도 눈에 띈다.
이런 모순점들은 검찰이 짜맞추기 수사로 진상을 한층 은폐하려 했다는 국민적 의혹을 확인케 한다. 보고서대로라면 사직동팀은 추문 내사결과를 적당히 얼버무려 보고서를 만들었고, 고위층 부인들은 남편들의 도움으로 이 보고서를 받아 입을 맞추기로 했으며, 검찰은 파문이 커지자 아예 내사결론마저 감춘채 「실체없는 소동」으로 결론지은 흔적이 뚜렷하다.
이제 권력이 택해야 할 수습책은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첫단추부터 잘못끼웠으면, 모든 단추를 남김없이 풀어 다시 끼울 수밖에 없다. 우선 축소조작 의혹부터 스스로 밝혀 관련된 이들을 문책해야 한다. 사직동팀 내사나 최초 은폐시도 단계까지는 정권실세와 권력을 보호하려는 그릇된 충성심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의혹이 집중된 검찰총장을 법무부장관으로 발탁해 그 의혹수사를 검찰에 맡기도록 한 것은 권력의 책임이다.
따라서 국민앞에 자책하는 자세로 축소조작 의혹을 밝히고, 보고서 내용이 시사하는 옷로비 의혹의 본체까지 규명하도록 특검활동을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얽힐대로 얽힌 난국을 헤치고, 민심을 달래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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