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숙씨가 22일 사직동팀 최초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폭로함으로써 10여달째 사건 조작·은폐여부를 두고 수많은 의혹을 낳아온 옷로비 의혹사건이 종착역을 향해 치닫게 됐다.옷로비 특검팀을 이끄는 최병모 특별검사는 이날도 「추정」이란 단서를 붙여 17일 공개한 문건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배씨측이 제출한 문건이 특검팀이 확보하고 있는 문건인지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배씨의 「폭탄선언」대로 문건전달자가 당시 검찰총장의 부인인 연정희씨라는 점 하나만 밝혀진다면 그 충격은 상상을 불허하게 된다. 연씨의 개입이 연씨주도의 개인적인 입막음이 아니라 검찰 또는 경찰내부 인물을 통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현실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옷로비 4인방 뿐만아니라 연씨의 배후까지 수사대상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문건에 대한 특검팀의 함구가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식적인 함구에도 불구하고 특검팀은 16일 정일순씨에 대한 영장기각 후 연씨에 대해 공공연하게 의혹의 눈초리를 두어왔다.
특검팀은 정씨로부터 「국회 청문회전 연씨가 옷배달시점을 지난해 12월19일이 아니라 26일로 하자고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국회제출자료를 통해 연씨가 옷구입액수를 축소, 거짓 증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문건과 함께 압수된 녹음테이프의 주인공인 이은혜씨에 대한 19일 소환조사에서 『연씨가 이씨의 주장을 무시하고 옷배달 시점을 26일이라고 강요했다』는 진술을 이끌어낸 바 있다.
22일 배씨와 정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짐으로써 특검팀은 문건과 관련, 옷로비 4인방 중 연씨를 제외한 당사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앙드레김 등 문건에 언급된 인물들도 일제히 소환됐다. 연씨가 최후소환자로 남겨진 것은 특검팀이 연씨에게 확인할 내용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결국 이번주 중 이루어질 연씨 소환은 이사건 수사의 성패를 가늠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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