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가속페달」을 힘껏 밟고 있다. 외환위기 여파로 뒷걸음질치던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과 내수 호조에 힘입어 확실한 성장가도에 들어선 느낌이다. 올 3·4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2.3%. 3저호황의 정점에 있던 지난 88년 1·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속도위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감이다.내용이 좋다 올 상반기 성장을 주도한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올 상반기 전체 경제성장(9.8%)에 대한 반도체의 기여도는 무려 22.1%. 이 기여도는 올 3·4분기 12.7%로 줄었다. 반도체호황에 의한 「착시현상」 우려감도 그만큼 덜게 된 셈이다.
3·4분기 고속성장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주도했다.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전분기 6.8%포인트에서 9.5%포인트로 높아졌다. 또 경제성장의 「펀드멘털」역할을 하는 설비투자의 기여도도 3.3%포인트에서 4.1%포인트로 높아졌다. 재고물량 소진과 민간소비에 의존했던 올 상반기 경제성장과는 적지않은 차이다.
체감경기와는 여전히 거리 정정호(鄭政鎬)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교역조건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실질적인 국민소득 증가율이 실질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유가급등 등으로 수출단가가 떨어지고 수입물가가 올라가면서 국내 생산에서 벌인 돈이 해외로 빠져나감에따라 국민에 돌아가는 몫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과열인가 한은은 4·4분기에도 비슷한 성장세가 이어져 연간으로는 9%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은 이와 관련, 가뜩이나 내년 물가불안요인이 겹친 상황에서 내년도 경기과열 여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기라는 입장을 내놨다. 「브레이크」를 적절하게 밟지 않을 경우 내년에는 물가압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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