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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칼럼] 전자상거래와 유통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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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칼럼] 전자상거래와 유통혁명

입력
1999.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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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12월 1일 무역의 날 구호를 「새천년 사이버무역시대」로 정했을만큼 전자상거래의 중요성은 날로 커가고 있다.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터넷 인구가 확충되어야하고 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되어야 한다. 이 면에서는 선진국과 다소 시차가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도 제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다음 단계로 소위 미들웨어라 불리우는 전자상거래용 소프트웨어의 보급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패키지산업이 황폐화한 마당에 전자상거래 목적의 페키지라고 경쟁력이 있을 리 없다.

소프트웨어의 사대주의와 남의 것을 베껴쓰는 도둑심보가 우리나라를 나쁜 나라로 만들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비록 기반소프트웨어는 외국제품에 의존할 지라도 전자상거래 응용 개발서비스의 사업은 번창하고 있다.

국민경제 차원에서 볼 때, 인터넷상거래의 초기 목적은 그 편의성과 이 수요에 기반한 관련 산업의 발전과 고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회는 대단히 중요하며 반드시 포착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러면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필자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그 결과로서의 국가경쟁력의 강화라는 시각에서 보고자 한다.

제조업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델컴퓨터는 하루에 2,000만 달러어치의 컴퓨터를 인터넷으로 판매하면서 고속성장을 하여 자본금대비 185%의 수익률을 기록하였고 미국 PC시장 1위의 자리를 단숨에 차지했다. 그러면 경쟁사인 컴팩이나 IBM은 왜 인터넷으로 판매하지 않는 것인가. 인터넷 개발기술이 없어서인가. 전혀 아니다. 문제는 주문의 처리 방법에 있다.

인터넷상거래의 특징은 고객이 소량을 생산공장에 직접 주문하는 것이다. 델은 원래 통신판매로 탄생한 회사로서 주문생산체계를 지향해 왔고, 유통경로에 깔려있는 재고를 최소화해 왔다. 경쟁사들은 80일치의 제품재고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델은 7일치의 재고로 영업을 한다. 단순히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는다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급기야 컴팩의 최고경영자(CEO)는 교체되었고 IBM도 대리점을 통한 판매를 포기하고 인터넷으로만 PC를 판매하겠다고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그 배후에는 주문생산체계로의 뼈를 깎는 혁명이 숨어 있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차마 주문생산체계로 변신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일반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생산 라인을 유연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대량생산라인 체계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인터넷 주문 결과를 딜러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서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방식만 채택되어도 생산자와 딜러와의 관계에는 큰 변화가 온다. 고객과의 접점이 딜러이던 것이 생산기업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드디어 델처럼 소량주문을 바탕으로 한 생산관리체계를 채택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GM은 오라클사와 제휴하여 AutoXchange란 회사를 설립하고, 주문생산의 기본이 되는 3만개 협력사와의 온라인 망을 구축하기위해 5,0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한다. 이 변신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단순 개선이 아니라 산업혁명이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쉽지 않은 난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에 가는 의지의 결과이리라 생각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제조회사들은 「인터넷으로 제품을 몇 개 더 팔아 볼까」차원의 판매만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톱 밑의 가시만 아프고 심장에 병이 생기고 있는 줄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영자가 있다면 빨리 인식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아직 결정할 의지가 없다면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의 선진화는 그만큼 늦추어 질 것이다. 인식의 전환과 때 맞춘 결심을 기대한다.

/이재규·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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