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徐敬元) 전의원 밀입북사건 재수사와 관련, 이상형(李相亨)경주지청장과 안종택(安鍾澤)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1부장 등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현직검사 2명이 소환된 22일 서울지검 청사는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특히 대전법조비리사건과 조폐공사파업유도사건에 이어 올들어 세번째 벌어진 검사가 검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사태에 직면, 「새로운 항명파동」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긴장감이 팽팽했다.
더구나 이날 오전 검찰 총수를 지낸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배정숙(裵貞淑)씨에게 「사직동 최초보고서」를 전달했다는 말이 전해지자 『검찰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두가지 사건이 동시에 벌어졌다』며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지검의 한 평검사는 『1999년은 검찰역사에서 최악의 한해였고, 특히 11월22일은 「검찰의 블랙 먼데이」로 기록될 것』이라고 자조섞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소환된 이지청장 등 선배검사 2명에 대해 89년 8월8일 은행원 안양정(安洋政)씨가 서전의원측에게 환전해준 근거인 2,000달러 환전영수증과 환전대장사본 등을 제출했는데도 이를 누락시키고, 김대중대통령이 1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경위에 대해 강도높게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수사의 초점을 환전영수증 등 물증과 관련된 사항을 당시 지휘계통중 누구에게까지 보고했는지, 안기부와 수사진행사항을 협의했는지 등에 두고 집중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 원칙이 철저한 조직 특성상 이 지청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번 수사의 시작에 불과하다는데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수사 관계자는 『당시 제1야당총재의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물증을 수사기록에서 누락시키는데 이 지청장이 혼자 결정했겠느냐』며 『10년전 사건을 어렵게 재수사하는 만큼 다음 정권에서 다시 수사결과를 검증받겠다는 심정으로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강경한 분위기를 반영,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인 안강민(安剛民)변호사와 서울지검장 김경회(金慶會)형사정책연구원장은 물론, 검찰총장이던 김기춘(金淇春)한나라당의원, 안기부장 서동권(徐東權)변호사의 이름까지 소환 대상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환전영수증이 다른데도 아니고 검찰내에서 나와 검찰이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용공조작을 한 것처럼 비쳐질까 우려된다』며 『스스로 과거 치부까지 드러내면서 환골탈태하려는 몸부림이나 제대로 평가해 달라』고 밝혔다.
정덕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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