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숙씨 측은 이날 사직동팀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입수경위에 대해 『지난 1월21일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연씨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주장한 반면, 연씨는 변호인인 임운희 변호사를 통해 『특검조사에서 사실대로 밝힐 것』이라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연씨는 문건을 어떻게 입수했을까
배씨 주장과 문건에 기재된 날짜로 미뤄볼 때 연씨는 1월19일-21일 문건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는 이형자씨가 고위공직자들의 부인들에게 옷을 선물했다는 소문에 대한 사직동팀 내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다.
연씨의 남편 김태정 검찰총장(당시)은 각종 비리와 연루된 첩보 등을 빠짐없이 보고받는 검찰조직의 총사령관이었다. 연씨가 당시 검찰 조직이나 청와대 비서실을 통해 내부문건을 건네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연씨는 왜 배씨에게 문건을 줬을까
특검팀은 문건 말미에 『연씨가 밍크반코트를 400만원에 구입했는데도 배씨가 1,000만원대 고가품을 구입한 것처럼 이형자에게 말하는 등 연씨에 관한 여러 얘기를 왜곡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점으로 미뤄 연씨가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배씨에게 「화풀이」나 「경고용」으로 문건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연씨가 문건을 배씨에게 전달할 당시 함께 승용차를 타고 병원에 갔던 이은혜씨는 『연씨가 차안에서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온다」면서 문건을 꺼내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씨가 사직동팀 조사를 놓고 친언니처럼 따르던 배씨와 「대책」을 상의하려다 배씨 입원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게되자,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배씨에게 문건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문건중 「유언비어 조사상황」에는 호피무늬코트 배달및 반환날짜 등에 대한 연씨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형자씨가 검찰에서 조사받고 있던 남편에 대한 선처를 부탁하기 위해 검찰총장 부인인 자신엑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연씨가 『로비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기 위해 배씨에게 문건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배씨는 왜 이제와서 폭로했나
특검 수사가 막바지 단계로 접어든데다 배씨가 궁지에 몰린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폭탄 공개」를 했을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사실 배씨는 지난 6월 검찰 조사때까지만 해도 연씨와 함께 의상실 라스포사에 간 날짜를 작년 12월26일이라고 진술하는 등 줄곧 연씨 주장과 보조를 맞춰왔다.
그러나 검찰에서 정작 자신만 옷로비 대납요구 혐의로 재판에 회부, 희생양이 되자 국회 청문회 때부터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결심, 이날 문건을 「히든 카드」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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