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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칼럼] 영웅 선동렬, 그는 '갈때'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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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칼럼] 영웅 선동렬, 그는 '갈때'를 알았다

입력
1999.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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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모든 일에 때가 있고, 모든 재주에는 때가 있도다」 구약성서 전도서 3장에 나오는 말이다. 그렇다. 천하의 선동열은 선택했다. 일에 때가있고, 재주도 때가 있다는 하늘이 내려준 순리를 따른 것이다. 우리는 신의 의지와 자유의지의 결합을 본 것이다. 「나아감」과 「들어감」의 정확한 때를 알아차린 그의 결단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한 단계 수직 상승시킨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그는 저항과 개척정신이 강한 386세대의 당당함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더욱이 그가 선수생활에 보여 주었던 자기의 한계와 처절히 싸우는 용기, 철저한 겸손, 절제된 욕망, 남 모르는 선행, 하기 힘든 결단 등은 가히 군자(君子)된 행동 그것이었다. 현대적 의미의 군자는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인 「Sun」이 상징하듯, 그가 남긴 태양빛은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돌아다보면, 청춘과 젊음을 다 바친 27년의 야구인생, 이를 정리하는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보다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해냈고, 우리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프랑스의 로망 롤랑은 『영웅이란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우리의 영웅 선동열은 해낸 것이다.

이제 그는 쉬어야 한다. 27년간 오직 한 길만을 달려 앞만 보고 온 그이기에. 쉬면서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고 옆 그림자도 살피면서 자신과도 대화하고, 세상과 말하며, 사물의 이치와도 통해야 하는, 제2의 자기완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야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나, 그보다 더 복잡한 인간사의 다양성을 체험하면서 21세기 명감독의 역량을 숨겨 키워야 한다.

성질 급한 구단들은 그의 능력을 빼먹으려 성급히 덤비는 일을 하지 말아야한다. 명감독으로 「신접살림」을 차릴 때까지 그에게 휴식을 주어야 한다. 선동열, 그는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휴식뿐이라고….

/김두봉·역사연구가

16일 「선동열, 정상에 있을 때 은퇴를」을 쓴 김두봉씨가 은퇴를 결심한 선동열선수를 보며 그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자는 글을 다시 보내왔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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