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기술은 기초연구와 응용기술을 잇는 다리다. 최첨단 기술이 현실화하려면 소재의 벽을 깨뜨리는 혁명이 필요하다. 엔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고온에 견디는 소재가 필요하다. 몸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초소형 수술로봇이 만들어져도 초소형 전지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가볍고, 강하고, 얇고, 고온에 견디는 극한에 도전하는 것이 신소재 연구다.먼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박막재료. 두께가 0.2㎜정도인 면도날 표면은 100만분의 1 두께로 얇게 크롬이 덧입혀져 있다. 살을 베지 않고 부드럽게 털이 잘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는 레이저로 표면처리를 해서 차 유리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돼 있다.
실험실에서는 원자 한층으로 된, 수 옹스트롬(100억분의1㎝)의 박막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박막기술로 과학기술연구원(KIST)은 4㎛ 두께의 박막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용량의 한계를 극복한다면 인체 내부에서 움직이는 초소형 수술로봇, 카드 하나로 정보저장·통신이 가능한 첨단 스마트카드가 나온다는 이야기다. 재료 연구자들은 수 ㎛(마이크론·100만분의1㎝)이상을 후막(厚膜), 이하를 박막(薄膜)재료로 구분한다.
보다 큰 박막재료 시장은 정보저장·처리·표시장치등이 광범위하게 쓰이는 정보·전자분야다. 보통 PC 안에 들어있는 자기기록 디스크의 경우 재료가 얇을수록 기록밀도 향상에 유리하다. KIST 박막재료연구센터 김희중센터장은 『10년 뒤면 현재보다 50배 집적도가 높은 하드디스크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열 소재는 첨단 분야에 적용된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섭씨 3,000도까지 견딜 수 있는 탄소-탄소복합재(CFC)를 개발했다. 핵융합로의 진공용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이밖에 우주왕복선, 엔진등에 적용된다. 엔진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효율이 높아지지만 소재의 내열성이 그 한계가 된다. 가스터빈엔진의 경우 1,50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 웬만한 합금소재로는 견디기가 힘들다.
가볍고 강한 복합재료를 쓰면 상·하수도관이나 교각의 부식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수도관 부식은 물이 새거나 오염되는 문제를 낳지만 그렇다고 모든 관을 다 교체할 수도 없는 골칫거리. 관의 양쪽 끝부분만 땅을 파고 로봇을 투입해 열경화성(열에 의해 형태가 고정되는) 복합재료를 관에 집어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 식의 열처리로 관에 부착시키는 신공정이 유럽에서 개발돼 서울시에서도 도입을 검토중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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