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2년동안 중산층, 중견기업, 중견그룹 등 우리 경제의 「허리」가 무너졌다. 반면 부유층의 소득은 더 늘어나고 선두 재벌들의 경제지배력은 더 커졌다.「IMF 위기」 극복을 위해 응급수술을 받고나니 경제구조는 머리가 크고 몸체는 빈약한 후진국형으로 변했다. 위기를 불러온 근본원인인 경제력집중현상, 경제구조의 양극화가 수술후 오히려 심화한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중산층, 중견·중소기업이 무너지고 소수재벌과 부유층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경제구조로는 더욱 심각한 위기를 몰고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견그룹의 몰락
IMF를 거치는 동안 부도 법정관리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으로 사실상 붕괴된 중견그룹은 34개. 64대그룹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체됐다. 기아 한보 삼미 한라 나산 진로 등 15개 그룹이 부도로, 한일 통일 해태 3개 그룹이 법정관리 등으로 사실상 해체됐다.
7대그룹이던 쌍용을 비롯, 동아 고합 거평 우방 등 16개그룹이 워크아웃을 받고 있다. 16개 워크아웃 그룹의 305개 계열사중 230개는 정리되고 있다. 거래관계를 맺고 있던 수천개 중소·중견기업이 도산한 것을 감안할 때 IMF는 중견·중소기업의 「대참사」였다.
■선두 재벌의 강화
5대그룹중 대우가 비록 해체됐지만 삼성 현대 LG SK 등 선두 재벌의 경제지배력은 IMF이후 더욱 막강해졌다. 5대재벌의 자산이 30대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6년말 58.0%, 97년말 62.7%, 98년말 65.8% 등으로 계속 늘어났다.
수많은 중견·중소기업이 도산하는 동안 삼성 현대 LG SK 4대그룹의 덩치는 오히려 더 커졌다. 실물경제가 4대재벌의 손아귀로에 들어가고 말았다. 정부가 한국중공업 등 거대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민영화)하려고 하지만 이를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4대재벌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과 현대가 한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거대재벌은 더욱 비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양극화 심화
거대재벌의 금융권 장악력도 현저히 커졌다. 2년간의 금융혼란기를 거치며 시중자금이 선두 재벌의 금융계열사로 몰렸다. 「거대재벌에 돈을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는 심리였다. 이와함께 비(非)재벌계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퇴출됨으로써 선두 재벌들은 금융지배력을 급속도로 확대했다.
IMF전인 96년 17.6%에 불과하던 5대재벌의 제2금융권 시장점유율이 올 3월 2배(34.0%)로 늘어났다. 이들은 금융계열사를 자금조달창구로 활용하고 이들의 자금·정보력을 이용, 중견·중소기업을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중산층 붕괴
중견·중소기업의 몰락은 경제활동의 중심인 중산층을 붕괴시켰다. 실질적인 실업자가 20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90년대 이후 상위층 소득의 절반이상이었던 중산층 소득이 50%미만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49.7%에 이어 올해 48.8%로 계속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결과는 「부익부 빈익빈」 심화. 금융·자산소득이 주소득원인 상위층의 소득 증가와 근로소득이 주소득원인 중산층의 소득감소는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던 중산층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재웅(李在雄)성균관대 부총장(전 금융통화운영위원)은 『도덕적 해이, 경제력집중과 빈부격차의 심화 등 위기의 근본원인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경제개혁은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는 것에 불과하며 위기재발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승호기자
sh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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