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사장과 유치원 원장」 삼경정보통신 김혜정(金惠貞·38·사진)사장의 명함은 두개다. 그의 전공은 원래 유아교육이다. 현재도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벤처기업 사장이 본업이다.그것도 전공자도 쉽지 않은 실험분석 자동화 분야에서 성공적인 벤처를 이끌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의 샘플 분석, 공장폐수 분석, 미생물 분리 배양 등 각종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 기업에 제공하는 일이다. 『94년 남편이 회사 설립후 1년만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회사를 맡게 됐어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직원들이 원했고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에서 뛰어들었죠』
김사장의 전략은 틈새시장 공략. 대기업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에서 기술력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개발한 「무인우편창구」. 창구 직원이 없어도 빠른 우편, 소포 등 모든 우편업무를 24시간 처리할 수 있는 자동시스템이다.
이미 16대가 우체국에 보급돼 있고, 이달말까지 추가로 41대가 보급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아 지난해 말레이시아 포스트엑스포에 선보여 큰 관심을 끌었고, 중국 호주 등과 수출상담을 진행중이다. 그 결과 작년 12월 「중소기업 대상」과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물론 이러한 성과는 여성인 그를 가족처럼 믿고 따르는 연구진의 기술력과 밤낮없는 노력의 결과였다. 전직원 36명중 관리·마케팅 담당 5,6명을 빼고는 모두 기술개발 인력이다. 그는 이들에게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 그러나 영업은 전적으로 그의 몫. 경영진을 직접 찾아다니며 제품의 장점을 소개하고, 구입하도록 설득한다.
김사장도 IMF로 1년반을 고전했다. 『작년 상반기에는 매출이 거의 없을 정도였어요. 그러나 좋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호기였죠. 남들이 인력을 줄일 때 우리는 2배로 늘려 기술개발에만 매진했습니다』 그 열매를 올해부터 거둬들이고 있다. 작년 13억원에 그쳤던 매출이 올해 이미 25억원을 넘어섰고, 연말까지 40억원을 초과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코스닥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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