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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유가 시대를 대비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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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유가 시대를 대비하는 자세

입력
1999.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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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7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25달러가 넘었을 때 모든 언론 매체가 이를 톱기사로 다루었고 사설마다 에너지절약을 호소했지만, 한동안 유가급등세가 주춤하자 국민들의 반응은 무뎌졌다. 다시 국제유가는 26달러를 넘어섰고 곧 30달러를 넘어 유가 초강세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된다는 전망도 있다.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석유소비국이며 97%이상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수입금액 또한 전체 수입액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고유가는 우리경제의 회복과 무역,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준다. 당장 금년도 경상수지 250억 달러 흑자가 위협을 받고 있음이 단적인 증거다.

고유가를 극복하는 길은 결국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경제가 성장할 수 없으므로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양만큼만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업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부문으로 에너지절약과 환경보전에 대한 의무가 가장 크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에너지절약 방법 중 에너지절약과 온실가스 배출감소 목표를 기업 스스로 정하여 이의 이행을 정부와 계약하고 정부는 저리의 자금과 전문 기술을 지원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자발적협약」(Voluntary Agreement)이 있다.

현재 46개 사업장이 계약하여 2003년까지 총 1조4,000억원의 투자를 통하여 193만4,000석유톤(toe)의 에너지를 절약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에너지절약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기후변화협약과 관련된 주요 대응책으로 추진되며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190개 에너지 다소비사업장 전체가 협약에 가입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사용량이 많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에도 절약의 여지가 많다. 최근 이들 공동주택이 자체 비용 부담 없이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의 자금과 기술 지원으로 절약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인천의 한 아파트는 주차장, 복도 등의 조명 2,800여개를 고효율조명으로 교체하여 전기요금을 3분의 1 이상 줄였다.

또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폐열을 회수해 별도의 보일러 가동 없이 아파트 2개동의 난방을 해결하여 한겨울 월 2억원씩 들던 난방비를 2,000만원이나 줄였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전체가구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어 공동 주택의 에너지절약에 더욱 큰 관심이 필요한 때다.

얼마전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에서 대낮에 내복차림의 남녀들이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했다. 민간단체들이 주관한 에너지절약을 위한 내복입기 캠페인이었다. 한 자동차 공장은 지난 겨울 사무실과 작업장의 온도를 3도 내리면서 내복입기 운동을 벌여 32억원의 난방비를 줄였다고 한다. 에너지절약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경제적 이득과 직결됨을 보여준 예다.

유가가 급등하고 기후변화협약으로 이산화탄소 저감을 유도하는 비관세장벽이 강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에너지절약에는 왕도가 없다. 국민 모두, 사회 전체가 선봉장이 되어 에너지절약에 관심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아껴 써서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구조로 바꾸는 길밖에 없다. 에너지 절약이 우리 사회의 도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홍경·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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