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과 예술 분야에 많은 족적을 남긴 「11월의 문화인물」 정부인(貞夫人) 안동장씨(1598∼1680)는 한글로 쓰여진 최초의 요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의 저자이기도 하다. 17일 세종문화회관서 열린 안동장씨 추모학술대회에서는 「음식디미방」을 조리학적으로 새롭게 고찰한 논문과 책자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주제발표를 한 한림정보산업대 전통조리과 한복진교수는 『1670년경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디미방」에는 조선 중기 영남지방의 반가(班家)음식 조리법은 물론 저장발효식품과 식품수장법, 술 빚는법 등이 짜임새 있게 정리돼 있다』며 『지금은 사라졌지만 현대적으로 재현할 가치가 높은 고유음식들이 많이 수록돼 있어 전통음식의 전승과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고 평했다.
「음식디미방」의 내용은 면병(麵餠)류, 어육류, 소과(蔬果)류, 술 등 크게 네가지로 구분돼 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반화하기 이전에 쓰여졌기 때문에 음식에는 고춧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 마른 전복이나 자라, 산돼지, 생치, 참새, 산갓 등 오늘날 흔히 쓰이지 않는 재료들도 많이 등장한다. 녹두를 갈아서 팥속을 넣고 둥글게 지진 빈자병, 밤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 찜통에 쪄내는 밤설기, 숭어살을 얇게 떠서 껍질로 삼고 속에는 고기를 양념해 넣어 빚는 숭어만두, 석류 모양처럼 빚은 만두를 꿩고기 육수에 끓여먹는 석류탕 등 책에 나오는 당시 반가음식들은 요즘 식탁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사단법인 궁중음식연구원은 원본에 나온 별미음식 40여종을 현대적으로 재현, 조리법과 사진을 곁들여 단행본 「다시 보고 배우는 음식디미방」을 발간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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