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공안1부 검사들은 10년이나 지난 서경원 전의원 밀입북사건 수사기록을 들춰보고 깜짝 놀랐다. 야당총재를 기소하며 「공안검사의 최대 치적」으로 기록된 이 사건 곳곳에서 조작의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기록검토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김대중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만 들어 있고, 방향을 정해두고 짜맞춘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혹은 당시 관련자들을 재조사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서씨는 12일 검찰조사에서 『89년 안기부와 검찰에서 고문으로 김대통령에게 그해 4월 중순 방북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하면서 수시로 부인했지만 수사기록에는 부인내용이 첨부돼 있지 않았다』고 조작의혹을 제기했다.
김대통령에게 불고지혐의를 씌울 내용만 남아있고, 무혐의를 입증할 내용은 고의적으로 폐기된 것이다.
김대통령을 외환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한 「1만달러 수수」부분도 이를 뒤집을 2,000달러 환전표 등이 물증으로 제출됐는데 무시됐다.
당시 검찰수사일정을 보면 서씨 밀입북 사건을 안기부로부터 송치받은 시점은 89년 7월17일. 김대통령의 1만달러 수수부분은 열흘후인 7월27일부터 시작됐고, 하루 뒤인 28일에는 서씨의 비서관 방양균씨로부터 『솔담배 2갑을 연결한 크기의 흰봉투를 김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을 보았다』는 진술과 서씨의 자백을 받아냈다.
그러나 8월8일 서씨 귀국직후인 88년9월5일 2,000달러를 환전해준 당시 조흥은행 영등포지점 대리 안양정(安亮政)씨가 참고인조사를 받으며 환전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노태우정권 중간평가를 앞두고 「DJ길들이기」로 수사방향을 정한 검찰은 김대통령이 돈을 받지 않았다는 물증이 나왔는데도 이를 증거물로 채택하지 않았다.
특히 재조사에서 당시 수사진이 환전표를 조작하기 위해 2,000달러가 북한 공작금이 아니라 서씨가 출국시 받은 여행경비를 나중에 환전한 것처럼 꾸미려 한 흔적도 발견했다.
정덕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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