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로비 사건을 수사중인 최병모 특검팀이 청와대 사직동팀의 최초 내사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 공개로 사직동팀의 사건 축소·은폐여부가 수사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특검팀의 문건 공개는 향후 수사가 연정희씨가 이형자씨에게서 구명로비를 받았느냐를 규명하는 한축과 사직동팀과 검찰의 사건 축소·은폐여부를 밝히는 또다른 한 축으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특검팀 관계자는 『특검팀이 찾아낸 문건과 사직동팀이 제출한 134쪽짜리 내사보고서가 다르다』며 『보고서 변질경위 및 유출과정도 밝히겠다』고 말해 사직동팀을 조사할 방침임을 비쳤다.
그러나 특검팀의 이같은 수사 방향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파업유도 및 옷 로비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 2조2항은 이번 수사의 범위를 이형자씨가 남편의 선처를 청탁하기 위해 검찰총장 부인(연정희씨)에게 의류를 제공했다는 옷로비의혹 사건으로 한계선을 그어놓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특검팀이 사직동팀이나 검찰을 상대로 축소 은폐여부를 수사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근거가 없는 셈이 된다. 또 18조는 특검팀이 수사과정에서 기소제기전에 수사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한 때는 3년이하 징역 또는 5년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돼 있다.
특검법을 모를리 없는 특검팀이 결정적인 「수사기밀」을 공개하는 초강수를 둔 진짜 이유는 뭘까. 특검팀은 사직동팀 최초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입수하면서 사직동팀이 이번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 했다는 심증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도 연씨와 배정숙씨, 정일순씨 등 핵심관련자들의 말 맞추기를 통한 증거조작을 밝혀내지 못한 채 축소수사를 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에 따라 특검팀이 특검법에 정해진 수사범위를 넘어 국가기관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에 칼을 들이대기 위해선 「여론과 국민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검팀은 정씨를 구속한 뒤 차근차근 실타래를 풀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간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정씨의 영장이 기각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여기에다 정씨가 풀려난 뒤 정씨와 연씨의 태도가 돌변,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특검팀은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꼈음직 하다. 특검팀은 특검 수사기간 중에도 관련자들의 말 맞추기가 진행된 정황으로 미뤄 「외부의 힘」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변질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검팀이 축소·은폐 여부를 수사해 국가기관의 권력남용 및 직무유기 등을 밝혀내더라도 기소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법원은 정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정씨에게 적용된 위증 혐의 부분에 대해선 『수사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위증부분이 국회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이기도 하지만 위증혐의는 특검법에 정해진 수사범위를 넘어섰다는 점 때문이다. 특검팀이 축소·은폐여부를 밝혀내 사법적 단죄를 이끌어 내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