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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종말과 새시대'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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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종말과 새시대' 학술대회

입력
1999.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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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마지막이 있다는 것을 안다. 죄와 벌, 선행과 축복의 나날을 지나 영화로운 한 시절을 거쳐 그에게 종말이 다가온다는 것을 누구든 알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사라지듯이, 그에게 끝이 다가오는 것처럼 세상도 그러리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종말의 사상은 이렇게 개인의 문제를 벗어나 사회와 집단의 문제로 커졌을 때 적지 않은 문제를 낳는다. 종말론은 특히 종교 속에서 끊임없이 요동했다. 천년이 바뀌는 1999년은 특히 그런 논설이 풍미하는 시간이다.한양대 민족학연구소와 한국민족학회가 주최하고 한국일보사, 문화관광부, 천도선법연구원이 후원해 19일 오전 9시부터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세계 종말과 새 시대」 국제학술회의가 열린다. 여러 종교의 종말관을 살펴보고 종말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보는 자리다.

회의에서는 김균진(연세대)조흥윤(한양대) 황선명(명지전문대) 교수, 고영섭 동국대 강사, 일본의 이노우에 노부타가(井上順孝) 고쿠가쿠인(國學院)대, 로버트 키살라 난잔(南山)대 교수, 수단의 이마드 엘딘 자우하르 카르토운대 교수, 김창희 천존회 진리연구실장 등이 주제발표한다. 세계종교의 종말관을 두루 살피고 한국과 일본의 민족 종교가 갖는 종말 사상을 검토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김균진 교수는 「종말론의 종교_사회적 기능」이라는 발표에서 성서에 담겨 있는 종말의 사상을 임의로 해석하는 「통속적 종말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휴거설을 유포하며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다미 선교회」 등의 사례를 들어가며 김교수는 이런 종말론이 사회에 무관심하고 등을 돌린 자세로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만들어낸다고 봤다. 또 통속적 종말론은 무세계, 무역사, 탈사회적인 삶의 태도와 신앙의 형태를 형성한다. 그리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창조적 개혁정신을 마비시키면서 결국 세계와 사회를 포기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이런 통속적인 믿음은 사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방치하고 그것을 지금의 지배 세력에 맡길 뿐 아니라, 결국에는 지배 세력에 동조하는 사회적 기능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성서적_메시야적 종말론이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기를 꿈꾸는 데 반해 통속의 종말사상은 이 땅과 이 시간을 버리고 저너머의 다른 세계에서 신천신치(新天新地)를 기다리는 점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우리 토속문화의 종말사상을 살핀 조흥윤 교수는 「한국 샤머니즘과 세계 종말」에서 경주 기림사(祈林寺)의 연기설화와 그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조선후기 국문소설 「안락국뎐」을 함께 살폈다. 여기 등장하는 원앙부인의 종말과 환생은 호의호식하는 왕비의 지위를 버리고 비천한 종의 자리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낮추어 가는, 그래서 죽음을 준비하는 신화의 성격을 지닌 것이라고 해석한다. 조교수는 『한국 샤머니즘의 구원은 유대교나 기독교에서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이루어지는 수직의 모습이 아니라 강 하나를 건너면 성취하는 수평의 형태며 구원자는 꽃이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노스트라다무스와 일본 신종교에 나타나는 새 시대」(키살라) 「종말론과 후천 개벽」(황선명) 등 민족을 앞세운 종교의 종말사상은 물론 「불교의 말법론(末法論)」(고영섭) 「이슬람의 세계 종말과 새 천년에 대하여」(이마드 엘딘) 등 주요 종교의 종말관도 함께 살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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