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30대 여성방송작가들 전성시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30대 여성방송작가들 전성시대

입력
1999.11.19 00:00
0 0

할리우드에 혜성처럼 나타난 19세의 신예작가 라일리 웨스톤. 참신한 아이디어, 탄탄한 대본에 반한 월트 디즈니사 등 방송·영화제작사들이 그녀를 잡기 위해 혈안이었다. 하지만 한 연예잡지가 그녀가 32세라는 사실을 폭로하자 제작자들은 외면하는데…. 최근 Q채널에서 방송한 미국 시사다큐 「60 Minutes-할리우드 작가 젊어야 산다?」 편의 내용이다.미국 방송가에서만의 분위기가 아니다. 이제 여의도도 젊은 작가들의 드라마 전성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20~30대 여성작가군의 약진이 뚜렷해 이들이 대부분의 주요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다. 오락·연예 프로그램 분야에선 아예 30대 작가들은 퇴물(?) 취급을 받을 정도가 됐다.

16일 마지막회 방송까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MBC 월·화 드라마 「국희」를 쓴 정성희(34)씨, 마니아 팬까지 생긴 KBS 월·화 드라마 「초대」의 최윤정(31)씨가 30대 초반 여성작가의 기수. 중견작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일일극도 마찬가지다. MBC 「날마다 행복해」는 이정선(32)씨가, KBS 「해 뜨고 달 뜨고」는 김지수(34)씨가 쓰고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MBC 「마지막 전쟁」의 박예랑, SBS 「해피투게더」의 배유미, 「고스트」 의 강은경작가는 모두 71년생으로 28세다. 5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SBS 「토마토」의 이희명(33), 올해 백상예술대상 방송부문 각본상을 수상한 MBC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의 노희경(34) 작가도 30대.

시트콤 장르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SBS 「순풍산부인과」 의 전현진(28)을 비롯해 SBS 「행진」, MBC 「행진」 「테마게임」, KBS 「오! 해피데이」의 작가 20여명 모두 20대 중반에서 후반의 여성들이다.

90년대 중반까지 대부분의 주요 드라마는 김수현 이금림 김정수 박정란 문영남씨 등의 중견작가들이 극본을 썼다. 이후 감각적이고 가벼운 트렌디물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일일극과 주말극은 중견 작가들이, 미니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이 양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근래들어 방송아카데미 출신의 젊은 작가들과 방송사 단막극 공모를 통해 데뷔한 20-30대 작가들이 양산되면서 이들이 대부분의 드라마를 맡고 있다. 현재 방송 3사가 내보내고 있는 드라마와 제작중인 작품의 90% 정도를 20-30대 젊은 여성 작가들이 쓰고 있다.

MBC 이재갑 PD의 설명. 『사회와 시청자 취향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모든 드라마의 템포가 빨라지는데 젊은 작가들이 속도감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작가 송지나씨는 『젊은 PD들이 뜻이 잘 통하는 젊은 작가들과 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젊은 작가들이 맡다보니 연륜에서 묻어나는 삶의 진정성은 없고 표피적이고 쾌락적인 가벼움만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드라마가 흐른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다양한 시청자층을 무시한 채 10-20대 만을 겨냥한 획일적인 드라마만 양산하는 것도 젊은 작가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견작가 김정수씨는 『드라마의 경쟁력은 다양함에서 나온다. 여러가지 경험과 주제, 소재를 갖고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나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